“한국 바둑 인구가 한때 1500만 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700만 명 수준에 불과합니다. 젊은 친구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바둑으로 바둑 인구를 800만으로 늘릴 겁니다.”
‘편강탕’으로 유명한 서효석 편강한의원장(사진)은 평생의 취미로 바둑을 주저 없이 꼽는다. 아버지 어깨너머로 바둑을 배우기 시작해 바둑돌을 손에 쥔 세월만 60여 년. 프로기사 상대로도 가끔 한 판을 따내는 실력자로 이름난 그는 “함께 즐기는 바둑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이런 취지에서 군포시장배 등 바둑대회 개최에도 참여했고, 한국기원이 여는 바둑 경기도 꾸준히 후원했다.
최근 서 원장은 바둑인들의 지지를 얻어 공석인 대한바둑협회장 자리에 올랐다. 지난 29일 기자와 만난 서 원장은 “바둑계의 큰 과제를 떠안은 만큼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3년 임기 동안 최우선 과제는 바둑인을 늘리는 것으로 정했다”고 했다.
서 원장이 바둑을 접한 것은 초등학생 무렵이다. 서점을 운영하던 아버지가 우연히 고급 바둑판을 얻으면서 아버지를 따라 바둑을 배우기 시작했다. 서 원장은 “전북에서 처음으로 한의원을 개업했는데 마침 동네 동사무소로 발령받은 방위병이 준프로급 실력을 지녀 틈만 나면 1 대 1 강의를 받곤 했다”며 “이후부터는 어느 지역 대회에서도 우승할 정도로 실력이 크게 상승했다”고 했다.
공인 아마 6단인 서 원장은 수준급 기력(基力)을 갖춘 것으로 동호인들 사이에 잘 알려졌다. 내기바둑을 둬 서봉수 9단을 상대로 5만원을 따낸 일은 그가 오래도록 자랑하는 일화 중 하나다. 최근에는 신진서 9단과 4점 접바둑을 둬 이겼다고 한다.
서 원장은 “신 9단을 상대로 대마를 잡았는데 처음엔 ‘좀 봐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며 “나중에 신 9단의 부친을 통해 ‘결코 봐주지 않았다’고 전해 들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바둑 동호인 수를 늘리려면 대중이 쉽게 바둑을 접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바둑판의 줄 수를 줄인 약식바둑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서 원장은 “빠르고 쉽게 배우려면 바둑판 자체를 바꾸는 모험을 해야 한다”며 “젊은 친구들도 함께 바둑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