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사진)이 주주들에게 수익구조 안정화를 약속했다. 이 회사의 주가가 기업 내재가치를 밑도는 이유를 반도체 경기 사이클에 따라 실적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기 때문으로 본 것이다. 분기마다 배당하고, 배당을 위한 재원도 늘리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30일 경기 이천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지난해 3월 대표이사 취임 후 처음으로 주총을 주재한 박정호 부회장은 “글로벌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투자 효율과 생산성을 높여 안정적인 수익구조 기반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메모리 반도체와 함께 고객별로 최적화한 솔루션을 장기적으로 제공하는 방법으로 들쭉날쭉한 실적을 안정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글로벌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 인수에 나서는 것도 수익구조 안정화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ARM 지분 인수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 안착을 위한 ‘열쇠’가 될 수 있다. ARM의 최신 설계를 활용할 수 있어서다. ARM은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 업체로 삼성전자, 퀄컴 등 대다수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기업이 이 회사의 설계를 활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 실적이 출렁이는 것은 경기 사이클이 뚜렷한 메모리 반도체 의존도가 너무 높기 때문”이라며 “시스템 반도체 사업이 본궤도에 올라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하면 수익 구조가 한층 안정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도 SK하이닉스의 새로운 화두 중 하나다. 박 부회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구축하는 R&D센터를 빅테크 기업과 협업을 도모하는 거점으로 삼아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인텔의 낸드사업 부문 인수로 출범한 자회사 솔리다임과 관련해선 “SK하이닉스와 인텔의 SSD 사업을 점진적으로 통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주주 환원을 늘려나가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박 부회장은 “연간 고정 배당금을 20% 상향하고, 올해부터 분기 배당을 실시한다”며 “2022년부터 3년간 창출되는 누적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의 50%를 배당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관련해서는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만 활용하겠다는 약속인 RE100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소비 전력의 33%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한다는 중간 목표를 설정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온오프라인 병행 방식으로 진행된 이날 주총에서 SK하이닉스 주주들은 곽노정, 노종원 사장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 하영구 사외이사 재선임 등의 안건을 의결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SK하이닉스의 키파운드리 인수를 승인했다. 이번 인수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장의 경쟁 구조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매그너스반도체로부터 키파운드리 주식 100%를 5758억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맺고 같은 해 12월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송형석/이지훈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