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다음주부터 식당과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없어진다.
신용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은 30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열린 ‘코로나19 비상대응특별위원회’ 브리핑에서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코로나19 정점이 지났다는 것이 확인되는 즉시 영업시간 제한 전면 폐지를 포함한 거리두기 완화 조치를 취할 것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는 식당·카페의 매장 영업시간을 밤 11시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밤 11시가 지나면 포장과 배달만 할 수 있다. 영업시간 제한이 풀리면 코로나19 이전과 같이 ‘24시간 매장 영업’이 가능해진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11개 중 9개 연구기관이 정점을 지났다고 결론 내렸고, 전문가그룹 회의에 참석한 절대다수가 이 데이터를 근거로 정점이 지났다고 해석해도 좋다고 했다”며 “인수위가 영업제한 전면 철폐를 적극 검토해달라고 제안했고, 방역당국 또한 기본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8명·11시’(최대 8명이 밤 11시까지 사적 모임 가능) 등 현행 거리두기 조치는 다음달 3일 종료된다. 중대본은 31일 일상회복지원위원회를 거쳐 다음달 1일 새로운 거리두기 조치를 발표할 계획이다.국민 1만명 항체 양성률 조사
'10인·밤 12시' 검토하던 방역당국…인수위 건의에 일상회복 앞당길 듯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영업시간 제한 철폐’까지 건의한 것은 코로나19 확진자 억제에 큰 효과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비과학적인 원칙을 해소해달라는 목소리를 반영해 전면 철폐 의견이 제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후보 시절인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의 한 횟집을 찾아 “영업시간을 제한한다고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어드는 게 아니다”며 영업시간 제한 철폐를 약속하기도 했다.
다만 인수위는 ‘코로나19 정점이 지났다’는 최종 판단은 중대본의 몫이라고 했다. 원 수석부대변인은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을 지났다는 것을 비전문가인 인수위에서 결정할 수 없다는 게 고민”이라며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과학적 데이터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신용현 대변인도 “코로나19 특위에서 분석하기로는 대다수 연구기관이 코로나19 감소세에 들어갔다고 했지만, 더 좋은 데이터는 중대본에서 갖고 있다”고 했다.
방역당국은 거리두기 완화 폭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방역당국은 애초 ‘8명·11시(최대 8명이 밤 11시까지 사적모임 가능)’ 등 현행 거리두기 조치를 ‘10명·12시’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인수위의 제안은 방역당국이 논의한 안보다 완화 폭이 크다.
방역당국 역시 ‘코로나19 유행이 이미 감소세에 접어들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1월부터 지속적으로 급증하던 주간 평균 확진자 수가 지난주에 11주 만에 꺾였다”며 “감염재생산지수(확진자 한 명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나타내는 지표)는 3월 중순 1.30에서 지난주 1.01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정점을 지나 감소세로 접어들었다”는 게 현재 상황에 대한 방역당국의 분석이다.
변수는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다.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지만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9일 위중증 환자는 1301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사망자도 432명으로 지난 23일(469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신규 확진자가 완만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29일 확진자는 42만4641명으로 1주일 만에 다시 40만 명을 넘어섰다. ‘최정점 구간’은 지났지만 아직도 주간 평균 30만 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데다 오미크론보다 전파력이 30% 더 강한 ‘스텔스 오미크론(BA.2)’은 지난주 검출률 50%를 넘어서며 우세종에 등극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업시간 제한을 아예 푸는 건 방역당국으로선 부담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대본 관계자는 “인수위 협의 내용 등을 포함해 종합적인 의견 수렴을 거치고 있다”며 “다음달 1일 열릴 중대본 회의에서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이날 인수위 요청에 따라 일반 국민 1만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항체 양성률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항체 양성률은) 질병 관리에 굉장히 도움이 되는 과학적 데이터이기 때문에 우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라며 “정부에서도 이것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지난 2년간 10차례에 걸쳐 국민 항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이 거셌던 수도권, 대구·경북에 한정해 조사했고, 대상도 성인으로 제한했다.
고재영 질병관리청 대변인은 “지금까지 수도권을 대상으로 항체 양성률 표본 조사를 했는데, 전국 17개 시·도로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소아·청소년도 이번 조사에 포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시행 시기 등은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이선아/성상훈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