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치 형태의 마이크로니들(미세침) 의약품을 세계 처음으로 미국과 한국에서 내놓겠습니다.”
정도현 라파스 대표(사진)는 30일 “이르면 연내 패치 형태의 여드름 치료제를 출시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라파스는 피부에 붙이는 마이크로니들 패치로 화장품, 의약품을 개발하는 바이오 업체다. 충남 천안에 짓고 있는 의약품용 마이크로니들 생산시설은 올 5월 내에 완공할 계획이다.
마이크로니들은 파스처럼 패치를 피부에 붙여 약물이나 화장품 성분을 전달하는 기술이다. 파스는 피부 표면에서 작용하지만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피부 속까지 닿는 미세바늘들을 이용한다. 바늘이 녹으면서 방출된 약물이 피부 속에 전달되는 원리여서 기존 패치보다 효능이 뛰어나다. 라파스는 피부 속에서 녹는 마이크로니들을 균일한 품질로 대량생산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세계 첫 마이크로니들 의약품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여드름 치료제를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1분기에 내놓을 계획이다. 기존 여드름 약은 먹거나 피부에 바르는 방식이다. 먹는 약은 피부가 아닌 다른 장기에도 영향을 줘 콜레스테롤·간 수치를 높이거나 임신 중 복용 시 기형아 가능성을 높이는 부작용이 있다. 바르는 약은 국소 치료가 가능하지만 약효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약 성분이 피부 속으로 흡수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바르는 약 성분을 미세바늘에 탑재해 약효를 개선시켰다”고 설명했다.
후속 의약품도 개발 중이다. 국내 임상 1상 단계인 알레르기 치료제는 올해 안에 임상 결과를 내놓을 계획이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을 소량 방출시켜 신체가 어느 정도 적응하게 하는 방식으로 갑작스러운 알레르기 반응을 막아준다. 그다음 ‘타자’는 붙이는 백신이다. 독감 백신은 2024년 임상 진입이 목표다. 동물실험에서 효능을 확인하고 있다. 결핵 백신은 미세바늘에 탑재할 항원을 자체 개발한 뒤 전임상을 준비하는 단계다.
지난해 매출 160억원을 낸 화장품 사업도 순항 중이다. 지난 2월 북미 시장에서 40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인 미국 유통사 티제이맥스를 통해 화장품 판매를 시작했다. 이달 중순엔 모공 탄력을 개선하는 신제품도 국내 출시했다. 정 대표는 “화장품 위탁개발생산(ODM) 고객사이던 미국 존슨앤드존슨과 최근 의약품 개발 협업체계를 구축했다”며 “패치 형태로 개발된 약은 상온에서도 유통이 가능할 뿐 아니라 주삿바늘에 두려움을 갖는 사람들에게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