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 보험 종료 직전' 익사한 남편…용의자는 아내와 내연남

입력 2022-03-30 13:41
수정 2022-03-30 13:54

2019년 경기도 가평의 한 계곡. 일몰 시각도 이미 지나버린 저녁 8시 30분경, A 씨(사망 당시 39세)가 4m 높이의 절벽에서 뛰어내려 사망했다.

단순 익사로 처리될 뻔한 이 사건에 대해 '그것이 알고 싶다'가 집중 조명했고 끈질긴 검찰의 수사 끝에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아내 이은해(31.여) 씨와 공범 조현수(30) 씨의 덜미가 잡혔다.

인천지검 형사2부(김창수 부장검사)는 두 사람이 수영을 전혀 할 줄 모르는 A 씨에게 계곡에서 다이빙하게 한 뒤 구조하지 않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씨와 조 씨는 앞서 같은 해 2월에도 강원도 양양군 한 펜션에서 A씨에게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여 살해하려고 했으나 독성이 치사량에 못 미쳐 미수에 그쳤다.

또 3개월 뒤에는 경기도 용인시 한 낚시터에서 A씨를 물에 빠뜨려 살해하려다가 잠에서 깬 지인에게 발각되기도 했다.

내연 관계로 알려진 두 사람은 남편 명의로 가입된 생명 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살해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실제로 이 씨는 남편이 사망하고 5개월 뒤 보험회사에 남편의 보험금을 청구했다가 거절당했다. 당시 보험회사는 심사 과정에서 사기 범행을 의심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위에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해 왔던 A 씨는 보험금을 자주 연체해 효력이 종료될 뻔한 적이 여러 차례 있었으며 우편물을 통해 확인해보니 사고 당시에도 효력종료 고지를 받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와 조 씨는 2017년 8월에 가입한 보험 계약기간이 만료되기 4시간 전에 A씨를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이 씨와 조 씨가 A 씨 장례를 치르던 중 집을 찾아 PC의 본체와 다수의 짐을 가지고 나가는 CCTV 등을 복원해 공개하기도 했다.

A씨가 사망한 뒤 경기 가평경찰서는 변사 사건으로 내사 종결했으나 2019년 10월 유족의 지인이 경기 일산서부경찰서에 제보해 재수사가 진행됐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이후 세간의 관심이 높아졌고 이 씨와 조 씨는 2020년 12월 살인과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를 적용받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으로 불구속 송치됐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피의자들 주거지 관할인 인천지검으로 사건을 이송했고 인천지검은 지난해 2월 전면 재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9개월 동안 이 씨와 조 씨의 집을 압수수색하고 현장검증을 3차례 했으며 관련자 30명가량을 조사했다.

이 씨와 조 씨는 지난해 12월 13일 처음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았고, 다음날 이어질 2차 조사를 앞두고 도주한 뒤 3개월째 행방이 묘연한 상태지만 검찰은 신속한 검거를 자신하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