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흉내낸 과학 기술, '자연 모사'의 세계

입력 2022-03-29 17:46
과천과학관과 함께 하는 과학 이야기 (6) 자연계의 모든 생물은 자연 선택과 먹이 사슬이라는 생존 경쟁 속에서 적응과 진화를 거치며 각자 환경에 맞는 특수한 기능을 발달시켰다. 인간이 사용하는 기술 중에는 생물체의 독특한 기능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 많다. 이런 것을 ‘자연 모사 기술’이라고 한다.

15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가이자 과학자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하늘을 나는 새를 관찰해 공기 역학의 원리를 터득하고 새의 날개를 닮은 비행기를 설계했다. 자연 모사 기술 중에서도 소재와 소자 응용에 큰 영향을 미친 기술 몇 가지에 대해 알아보자.

첫 번째로 소개할 생물은 암초에 붙어 서식하는 연체동물 홍합이다. 홍합은 미끄러운 바위 표면에도 찰떡같이 잘 달라붙어 있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거센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고 강한 접착력을 보여준다. 비결은 홍합에 붙어 있는 족사다. 족사는 콜라겐 섬유에 접착 단백질이 이리저리 얽혀 있다.

과학자들은 홍합의 족사를 연구해 물기가 묻은 표면이나 금속 등 미끄러운 곳에도 쓸 수 있는 접착제를 개발하고 있다. 홍합의 족사 구조를 모방한 그물망 형태의 접착제는 피가 철철 흐르는 수술 부위의 상처를 꿰매지 않고 붙일 수 있는 생체 접착과 물에 계속 닿아 있어 일반 접착제를 사용하기 어려운 배의 유지·보수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거미는 거미줄에 먹이가 걸렸을 때 생기는 미세한 떨림을 감지해 먹잇감을 찾아간다. 거미는 먹이를 더 잘 감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다리 구조를 진화시켜 왔다. 거미 다리를 확대해 보면 미세한 균열 구조가 관찰된다. 이 균열이 붙었다 떨어졌다 하면서 진동을 민감하게 감지해 내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거미 다리에서 영감을 얻어 미세한 진동을 민감하게 감지해낼 수 있는 센서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사람의 맥박 등을 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됐다.

바다 생물은 천적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방어 시스템을 갖고 있다. 복어는 맹독으로, 전기 뱀장어는 고전압으로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한다. 오징어와 같은 두족류는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주변 환경에 맞춰 색깔을 변화시킨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두족류의 피부에 각기 다른 색을 띠는 세 가지 색소 세포가 있기 때문이다. 두족류는 색소 세포의 크기를 늘리거나 줄여 다채로운 색상과 질감 패턴을 형성해 뛰어난 위장술을 보여준다.

두족류의 위장 기술은 적으로부터 인원과 장비를 보호해야 하는 군사 기술에 응용할 수 있다.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페인트도 비슷한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자연은 최고의 스승”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과학자들은 수천만 년 진화의 여가가 담긴 생명체를 연구해 첨단 의료 소재와 전자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이번 주말에는 우리도 밖으로 나가 자연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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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과천과학관 이해랑 연구사

울산과학기술원 화학공학과

포항공대 화학공학 박사

국립과천과학관 공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