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는 편견이 없습니다. 모든 게 가능하죠. 장애가 있다고 무대에 오르지 말란 법이 있나요.”
장애아와 저소득층 학생 등으로 구성된 뷰티플마인드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이원숙 지휘자(54·사진)는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음달 2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이 오케스트라는 창단 12년 만에 처음으로 30분짜리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한다. 긴 시간 집중하기 힘든 장애아들이 이렇게 긴 협주곡에 도전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뷰티플마인드오케스트라는 지적장애 및 발달장애 학생 26명, 시각장애 학생 8명과 비장애 저소득층 학생 5명 등 39명으로 이뤄진 악단이다. 노재헌 한중문화센터 원장, 배일환 이화여대 음대 교수 등이 합심해 2010년 창단했다. 이 지휘자는 창단할 때부터 지금까지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다.
뷰티플마인드는 장애아들 사이에선 꽤 이름이 알려진 오케스트라다. 지금까지 75개국 108개 도시를 돌며 400번이나 무대에 올랐다. 2020년에는 전국발달장애음악대회에서 오케스트라 대상을 받기도 했다.
이 지휘자는 이번 공연을 위해 4개월을 매달렸다. 각각의 악기에 맞게 악보를 수정하는 데만 두 달이 걸렸다. 단원들을 빠짐없이 무대에 세우려 최대한 쉽게 편곡한 것이다. 대학(독일 만하임하이델베르크국립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한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실력이 떨어지는 학생은 기본 화음만 칠 수 있도록 했어요. 다른 음을 다 빼고 ‘도-미-솔’ 등 기본 화음만 강조하는 식이죠. 모두를 무대에 세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이번 공연의 메뉴는 비발디의 ‘사계’ 중 ‘봄’,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12번 등이다. 이 지휘자가 꼽은 하이라이트는 30분 길이의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뷰티플마인드가 이렇게 긴 협주곡을 연주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장시간 집중하기 어려운 장애아들의 상황을 감안해 15분 길이의 관현악곡을 주로 연주했다. 이 지휘자는 “단원들이 처음에는 실수할까 봐 긴장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웃으면서 연습한다”며 “교정을 받으려 매주 학생들이 집에서 따로 연습한 영상을 보낼 정도로 열의가 넘친다”고 말했다.
이번 무대에는 피아니스트 임동민 씨(41)가 협연자로 오른다. 2005년 한국인 최초로 쇼팽콩쿠르에서 3위에 오르며 국내에 ‘피아노 붐’을 일으킨 그 피아니스트다. 장애 학생들로 이뤄진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건 그로서도 처음이다. 임씨는 “화음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함께 무대에 오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배우 김호진 씨가 공연을 세세하게 해설한다. 청각장애 관객을 위한 수어 통역 서비스도 제공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