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그동안 문턱이 높았던 ‘사전협상제도’를 손질해 민간 소유의 부지 개발 활성화에 나선다.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통합 상담창구, 사전·기획컨설팅 등의 지원 절차를 마련해 민간 사업자와 토지 소유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방침이다. 이에 따라 강남 ‘금싸라기땅’으로 꼽히는 서초동 롯데칠성 부지, 오는 6월 철거 완료 예정인 성수동 삼표레미콘 부지 등의 개발 속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민간 부지 ‘사전협상제도’ 문턱 낮춘다
서울시는 민간 사업자, 토지 소유자의 개발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사전협상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즉시 시행한다고 29일 밝혔다. 사전협상제도는 민간사업자가 5000㎡ 이상 부지를 개발할 때 도시계획 변경의 타당성과 개발의 공공성·합리성을 확보하도록 민간과 공공이 사전에 협의하는 제도다. 용도지역 상향 등을 통해 민간 사업자의 사업성을 높여주는 대신 개발이익 일부를 공공기여로 확보할 수 있다. 민간 재건축, 재개발 대상지에 적용하는 ‘신속통합기획’처럼 사전협상을 통해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단축해 사업 추진 속도를 높여준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온라인 통합 상담창구 등을 통해 제도 전반에 대한 정보 제공 접근 문턱부터 낮춘다. 민간 부지를 활용하고자 하는 토지 소유주가 대상지 위치, 면적, 개발용도 및 목적을 작성해 홈페이지에 문의 글을 올리면 상담이 이뤄진다.
또 ‘사전컨설팅’을 도입해 토지 소유주와 민간 사업자가 개략적인 개발구상만 있다면 서울시 컨설팅을 통해 개발계획(안) 수립과 사전협상을 동시에 시행해 사업 절차를 대폭 간소화할 방침이다. 사전컨설팅은 다음달부터 6월까지 3개월간 신청을 받아 5~7월 한시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도시계획변경 사항이 크지 않거나, 도입용도가 단순하거나, 계획내용이 명확한 대상지 등 쟁점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상지는 협상 횟수를 대폭 줄여 ‘집중협상 프로세스’를 적용해 기간을 단축할 계획이다. “삼표레미콘·롯데칠성 부지 등 수혜 기대”서울시는 현재까지 사전협상제도를 통해 강남 GBC, 서울역 북부역세권, 서초 코오롱 부지, 용산철도병원, 성동구치소 등 8개 대규모 부지에 대한 협상을 완료했다. 이 중 코오롱글로벌 소유인 서초 코오롱 부지(8900㎡)는 제2종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용도상향해 작년 2월 협상을 마쳤고, 4월에는 한국철도공사 소유의 서울역 북부역세권 부지(3만3507㎡)를 제3종일반주거·상업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용도상향하고, 철도시설을 폐지해 복합단지가 들어설 수 있도록 했다.
정비업계에서는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서초동 롯데칠성 부지, 6월 완전 철거 예정인 성수동 삼표레미콘 부지 등도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열린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는 롯데칠성 부지가 포함된 서초로 지구단위계획을 재정비한 상태다. 강남역 인근 부지 일대를 토지소유 현황에 따라 롯데칠성 부지(4만2312㎡), 라이온미싱 부지(5363㎡), 삼성 부지(5305㎡) 등 특별계획구역으로 세분화했다. 소유주 이견으로 개발이 지연돼온 점을 감안해 소유주별로 개발할 수 있도록 구역을 구분했다.
6월 44년 만에 철거되는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울시는 해당 부지가 서울숲 인근이고, 중랑천과 한강 합류부에 있어 수변 중심의 복합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서초동 남부터미널, 대치동 코원에너지 부지 등도 협상을 통해 사업 추진이 기대되는 지역으로 거론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강남 주요 지역의 대형 호텔 부지들도 용도전환을 통해 개발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사전협상 문턱을 낮추면서 민간 부지들의 개발 기회가 활짝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