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45·한양대 교수·사진)가 ‘300년 바이올린 역사’를 읽을 수 있는 시리즈 연주회를 갖는다. 20일 동안 독주회를 열 차례나 여는 힘든 일정이다. 첫 공연은 다음달 4일 열린다. 장소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스페이스G.I. 공연 시리즈의 타이틀은 ‘점과 선’으로 잡았다. 18세기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바흐 작품으로 시작해 이자이, 쇼송 등 20세기 대표작에 이르기까지 30여 곡을 연주한다. 300년 동안 이어져 온 바이올린 레퍼토리의 명맥을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는 시리즈라는 평가다.
연주 일정은 고행에 가깝다. 통상 독주자는 한 달에 1~2회 정도 독주회를 펼친다. 김응수는 이틀에 한 번꼴로 독주회를 연다. 음악회 한 번에 바이올린 소나타를 세 곡씩 연주한다. 일정이 빡빡하다 보니 피아노 반주는 세 명(채문영·김용진·이승주)이 번갈아 한다.
국내 음악대학에서 제자를 가르치는 중년 연주자가 이렇게 강도 높은 연주 일정을 강행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29일 역삼동에서 만난 그는 “무수한 점이 모여 선이 그려지듯 음악가 김응수의 삶에 새로운 점을 추가하고 싶었다”며 “빡빡한 일정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설레는 마음이 앞선다”고 말했다.
그는 베토벤과 바흐의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시리즈를 이끌 계획이라고 했다. 10회 공연 동안 바흐의 곡 8개, 베토벤의 작품 6개를 선보인다. 첫 공연 프로그램으로 고른 곡도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1번’과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 및 ‘콘체르트자츠’다.
김응수는 “클래식의 본질을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 두 작곡가를 선택했다”며 “바흐와 베토벤의 작품은 대개 엄숙하지만 춤곡에서 모티프를 얻었기 때문에 진지한 선율 사이로 흥겨운 리듬이 흐른다”고 설명했다.
김응수는 유럽을 중심으로 활약해 온 베테랑 바이올리니스트다. 2003년 헝가리 티보르 바르가 국제바이올린콩쿠르에서 준우승했다. 20세기 거장 바이올리니스트로 유명한 티보르 바르가(1921~2003)가 생전 그의 연주를 듣고 “내 평생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