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vs 에스파...뜨거워지는 팬(fan) 플랫폼 경쟁 [한경엣지]

입력 2022-03-30 00:25
수정 2022-03-30 01:12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구도가 뒤바뀌고 있습니다. 특히 엔터 산업과 정보기술(IT) 산업의 접점에 있는 팬 커뮤니티 플랫폼 분야에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데요. 국내 대표적인 인터넷 사업자 카카오와 네이버를 중심으로 동맹이 형성되면서 시장을 양분하는 모양새입니다.

투자은행(IB)업계 따르면 카카오 콘텐츠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SM 인수가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매각 규모와 가격 등은 큰 틀에서 합의됐습니다. 카카오엔터가 이 프로듀서 지분 18.27%를 모두 매입하고, 이 프로듀서가 카카오엔터에 재출자하는 방식입니다. 총 거래액은 1조원 수준입니다.

이렇게 카카오엔터의 SM 인수가 마무리되면 IT·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네이버-하이브-YG' 동맹과 '카카오-SM-엔씨소프트' 동맹을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입니다. 팬 커뮤니티 플랫폼 사업때문인데요. 팬 커뮤니티 플랫폼은 플랫폼 내 온라인 콘서트, 1인 방송 등 아티스트와 팬들이 소통하는 온라인 공간으로, 코로나19 이후 네이버 하이브 구글 등 다양한 정보기술(IT) 기업과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향후 이 사업은 엔터 산업에서 꽤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이용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엔터사들은 팬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단순 금전적 이득을 보는 것을 넘어 다양한 사업 시너지를 내는 것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엔터사들은 팬 플랫폼을 통해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요, 팬 커뮤니티 플랫폼이 주류문화로 자리 잡은 뒤에는 엔터 산업 전반에도 많은 영향을 줄 전망입니다. OTT가 드라마 업계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처럼요. 현재 벌어지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 중심의 엔터 산업 재편을 주의 깊게 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선 두 동맹 중 더 앞서 결속을 강화하고 있는 곳은 '네이버-하이브-YG엔터테인먼트' 동맹으로 보입니다. 네이버는 지난해 1월 빅히트 자회사 비엔엑스에 4119억원을 투자했습니다. 투자를 계기로 비엔엑스가 운영하고 있는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와 네이버 플랫폼 '브이라이브'의 통합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이 플랫폼은 올해 상반기 내 출시될 예정입니다. 네이버는 2017년 YG에도 100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에 오르고, 지난해 1월 YG 자회사 YG플러스에 총 7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카카오엔터는 현재 팬 커뮤니티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SM과의 협업으로 플랫폼을 마련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SM 자회사 디어유는 팬 커뮤니티 플랫폼 '버블'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버블은 2019년 출시되었고 지난해 1분기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또한 SM은 엑소, 레드벨벳, 에스파, NCT 등 국내 최정상 아티스트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이브의 위버스가 방탄소년단이라는 강력한 콘텐츠로 플랫폼 안착에 성공한 사례를 재현할 수 있어 보입니다. 또한 카카오는 이미 멜론과 엔씨소프트의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유니버스'를 연동시켜서 데이터 공유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연계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와의 협력도 긍정적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성적으로만 따져도 네이버 동맹이 더 앞서고 있습니다. IT 정보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브이라이브와 위버스의 월간 사용자 수(MAU)는 각각 98만, 56만이었습니다. SM의 디어유는 7만, 유니버스는 12만에 불과했습니다. 다만, 아직 산업 생태계가 꾸려진지 채 5년도 안된 산업이라 플랫폼 순위 변동은 쉽게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카카오 동맹이 탄생하게 된다면 국민 플랫폼 ‘카카오톡’을 보유한 카카오가 손쉽게 이용자 수를 끌어모을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승부는 '지식재산권(IP)'와 '데이터' 확보에 달려 있다”고 말합니다. IP라 하면 팬 커뮤니티 플랫폼에선 아티스트들을 일컫습니다. BTS라는 강력한 IP를 가진 위버스는 지난해 4분기 기준 가입자 수는 3700만 명을 기록해 전년 동기 1800만 명의 두 배를 웃돌았다고 합니다. 월 방문자 수는 45% 증가했습니다. YG가 적극적으로 합류한다면 빅뱅, 블랙핑크 등 더욱 강력한 IP 확보도 가능합니다. 반대로, 카카오 동맹도 SM의 합류로 강력한 IP를 확보하게 됐습니다. 엑소, 레드벨벳, NCT, 에스파 등 국내 최정상급 아티스트들이 SM 소속입니다.



또한 데이터에서 더욱 치열한 전투가 벌어질 예정입니다. 모든 플랫폼의 핵심은 데이터를 통한 서비스 고도화이듯, 팬 커뮤니티 플랫폼에서도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 고도화를 노릴 겁니다. 데이터 측면에선 네이버 동맹이 우위에 있어 보입니다. 월 활성사용자 수(MAU) 부터 당장 차이가 많이 납니다. 브이라이브가 2015년 출시한 플랫폼인 데다, 네이버라는 강력한 플랫폼과 연계돼 있다보니 MAU는 당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물론 카카오는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팬 커뮤니티 플랫폼이 아니지만, 멜론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팬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는 간접 데이터 무수히 많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경제신문의 실리콘밸리·한국 신산업 관련 뉴스레터 한경 엣지(EDGE)를 만나보세요! ▶무료 구독하기 hankyung.com/newsletter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