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회동에서 청와대 집무실 이전과 코로나19 손실 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당선인이 공언한 ‘용산 대통령 집무실’과 ‘50조원 추경’이 오는 5월 10일 임기 시작과 함께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꼬여 있던 신구(新舊) 권력 간 갈등의 실타래가 풀리면서 정권 이양 작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윤 당선인과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을 겸해 회동하면서 이 같은 의견을 교환했다고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전했다. 장 실장은 청와대 이전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집무실 이전 지역의 판단은 차기 정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며 “정부는 정확한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언급했다. 추경 편성에 대해서는 “필요성에 대해 두 분이 공감했다”며 “구체적 사항에 대해선 실무적 협의를 하자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 측은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비비 496억원과 자영업자 손실보상을 위한 추경 50조원 편성을 정부에 요구해왔다.
양측은 갈등을 빚었던 감사원 감사위원 등 인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실무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안보 현안과 코로나 방역 등 민생문제와 관련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당초 윤 당선인이 제안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이나 정부 조직개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장 실장은 전했다.
이날 회동은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간 만남 중 가장 늦은 대선 이후 19일 만에 이뤄졌다. 그러나 만남 시간은 가장 길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5시59분부터 8시50분까지 171분간 회동을 이어갔다.
장 실장은 “두 분이 서로 너무 존중하는 느낌이었다”며 “국민들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정권 인수인계를 원활하게 잘해야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임도원/김인엽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