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식품 새벽배송기업인 컬리(마켓컬리)가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지난해 쿠팡이 미국 뉴욕증시에 입성한 데 이어 올해엔 컬리 쓱닷컴 오아시스 등이 국내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유통 플랫폼 기업들이 대거 증권시장으로 몰려든다. 6~7월께 유가증권시장 상장컬리는 28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한국거래소에 청구했다. 지난 1월 청구서를 낼 계획이었으나, 지난해 실적 집계가 늦어졌고 감사보고서 제출 문제로 일정이 지연됐다.
상장 방식은 유니콘 기업 특례 요건을 통한다.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인 기업이 성장성을 인정받으면 적자가 나더라도 상장이 가능하도록 허용해주는 제도다. 컬리는 지난해까지 누적 영업적자가 5000억원에 달해 원래 기준대로면 상장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거래소가 지난해 유니콘 기업 특례 요건을 신설하면서 가능해졌다. 앞서 1월 차량공유 플랫폼 회사인 쏘카가 이 요건으로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투자은행(IB)업계는 컬리가 작년 말부터 상장을 준비한 만큼 이르면 오는 6~7월 거래소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비심사는 최소 45영업일이 걸린다. 심사 과정에서 중대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컬리는 3분기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할 수 있다. 김슬아 대표 주식부자 등극컬리가 기업공개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은 1조원가량이다. 예상 공모가(9만~13만원)를 기준으로 시총이 4조원대 후반에서 6조원대로 예상된다. IB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제시한 목표 기업가치는 7조원대인데, 여기에서 통상 20~30%가량 할인한 가격에 공모가가 정해지는 점을 감안하면 공모가를 기준으로 시총은 5조~6조원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의 지분가치는 상장 후 3000억원대로 추정된다. 30대 여성 창업자 중 최초로 국내 주식부자 50위 안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 김 대표의 지분율은 지난해 기준 6.67%였으나, 최근 컬리가 추가 투자를 받으면서 5%대 후반으로 낮아졌다.
이 때문에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아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회사는 재무적투자자(FI)들로부터 우호지분을 확보하고 3년간 보호예수기간을 설정해 경영권을 방어하겠다는 입장이다. 유통 플랫폼 줄줄이 상장할 듯증권가는 컬리가 성공적으로 증시에 안착한다면 유통 플랫폼 기업들의 기업공개가 잇따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올 들어 공모주 시장이 침체해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비교기업들의 몸값이 낮아진 것도 기업가치 산정 시 컬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상장 직후 100조원에 육박한 쿠팡의 시총은 38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쿠팡의 주가매출비율(PSR·1.7배)을 컬리에 적용하면 기업가치는 3조원에 못 미친다. 증권사 관계자는 “신선식품 배송에 국한된 컬리가 종합 유통 플랫폼들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컬리는 제품군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달 친환경 유기농 유통회사인 초록마을 인수를 추진했으나, 스타트업인 정육각에 뺏겼다. 1월엔 여성 커리어 지원 플랫폼 헤이조이스를 운영하는 플래너리를 인수했다. 컬리는 헤이조이스의 멤버십 회원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워킹맘 등 커리어우먼을 대상으로 한 컨설팅 서비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매출은 1조5614억원으로 1년 전보다 63.8% 늘었으나 영업적자는 2177억원으로 전년의 약 두 배로 증가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