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새 집값이 1억2000만원이나 빠졌어. 나 망한 거야?"
2030세대가 몰리는 부동산 커뮤니티나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앱인 ‘블라인드’에는 떨어진 집값을 놓고 푸념하는 글이 부쩍 늘었다. 치솟는 집값을 마련하기 위해 전방위서 자금을 조달한 2030의 고민은 깊어졌다. 이들의 부채는 지난해 475조원을 넘어섰다. 자산 가격이 지지부진한 데다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2030세대의 신용 위험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30 부채 2년새 100조↑한국경제신문이 28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상황 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산출한 결과 작년 말 2030세대의 가계대출 추정치는 475조8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35조2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 가계대출금(가계신용에서 판매신용을 제외한 금액·1755조7818억원)에서 한은이 산출한 2030세대 가계대출 비중(27.1%)을 결합한 추정액이다.
2030 차입금은 2019년 말 374조7000억원, 2020년 말 440조6000억원으로 해마다 폭증하고 있다. 2030 대출금은 최근 2년 동안 101조2000억원(27.0%) 늘었다. 2030의 부채 증가율은 같은 기간 전체 세대의 가계부채 증가율(16.7%)을 크게 웃돌았다.
지금 2030세대의 빚의 증가세는 다른 세대와 비교해 유독 두드러진다. 한은이 이달 15일 발표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1995년생)세대 현황과 특징’ 보고서를 보면 MZ세대의 2018년 기준 총부채는 2000년 같은 연령대에 비해 4.3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X세대(2.4배), 베이비붐 세대(1.8배) 증가폭을 넘어섰다.
차입금이 빠른 속도로 불어난 것은 2030을 중심으로 부동산을 서둘러 사들이려는 이른바 ‘패닉바잉(공황 구매)’이 불거진 결과다. 여기에 2020년에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로 내려간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은 41.3%로 집계됐다. 연령별 통계를 처음 작성한 2019년 31.7%, 2020년 37.1%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전국 아파트 기준으로 넓혀봐도 2030세대의 매수 흐름은 두드러졌다. 2019년 28.3%에서 2020년 29.1%, 지난해에는 31.0%로 상승했다.
암호화폐를 비롯한 자산을 사들이려는 2030이 늘어난 것도 빚더미를 불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작년 암호화폐 거래소 24곳의 실제 거래 이용자(558만명) 가운데 2030세대 비중은 5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청년층 대출 연체율 5.5%→5.8%갈수록 불어나는 빚더미에 2030세대의 신용위험은 커지고 있다. 시장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빚 상환 압박이 증대됐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25일 0.05%포인트 오른 연 2.505%에 마감하면서 2014년 9월 5일(연 2.508%)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은이 올해 두세 차례 금리인상을 시사한 데다 국채발행을 수반하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예고된 만큼 금리인상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들 2030 차입금이 급증한 것은 물론 부실 위험도 커졌다. 한은의 '3월 금융안정상황보고서를' 보면 청년층 취약 차주(돈을 빌린 사람) 비중(차주수 기준) 지난해 말 6.6%로 다른 연령층 평균(5.8%)을 웃돌았다. 취약차주란 다중채무자(3개 이상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차주를 말한다.
청년층 취약차주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말 5.0%에서 4분기 말 5.8%로 상승했다. 여타 연령층 취약차주 연체율은 같은 기간 6.2%에서 5.5%로 줄어든 것과 비교해 부실 위험이 2030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