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아파트 매물은 2배, 미분양 물량이 7배 늘어난 지역이 있다. 주택 시장이 크게 침체한 상황이지만, 투기 우려에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고 올해 공시가격도 10%대 인상을 앞두고 있다. 대구광역시 얘기다.
28일 국토교통부의 2022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대구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0.17% 인상된다. 지난해 13.13% 인상에 이어 2년 연속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는 셈이다. 공동주택 평균 가격도 2억3886만원으로 지난해 2억1519만원보다 2367만원 올랐다. 5년 전인 2018년의 평균가 1억7292만원에서 40% 가까이 올랐다.
대구 곳곳에서는 이번 공시가격 책정에 볼멘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규제만 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대다수 아파트 가격은 큰 변동이 없고, 시장이 침체해 매물과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다.
대구 동구 각산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값은 제자리에 매물이 쌓이는데도 규제는 풀지 않고 공시가격만 크게 올랐다"며 "일대 시장은 금융위기 시절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공급이 많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자연스레 내려갈 시기에 규제까지 시장을 억누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동구 각산동에 위치한 '대구혁신LH4단지' 전용 59㎡는 지난해 말 11층 매물이 2억6630만원에 매매됐다. 전용 59㎡로만 구성된 해당 단지에서는 한 층 위인 12층 매물이 지난해 1월 2억50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지난해 체결된 69건의 거래 가운데 50건이 2억6000만원 아래에서 체결됐고 2억8000만원을 넘긴 거래는 4건에 불과했다.
이 공인중개사는 "선호 층이나 인테리어 등의 요인으로 일부 가격이 튀는 거래가 있긴 하지만 지난해 가격이 올랐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아파트 중층의 올해 공시가격은 1억8300만원으로 1억7000만원대이던 지난해에 비해 1000만원 가까운 인상이 예고됐다.
대구 부동산 시장의 매수심리도 크게 위축됐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대구의 주택가격심리지수는 2020년 12월 126.5를 기록한 이후 하락을 거듭해 지난해 1월 4일 98.8을 기록, 기준선 100을 하회했고 12월에는 25.1까지 내려왔다. 집을 사겠다는 사람은 사라졌지만, 집을 팔겠다는 사람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의미다.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아파트 매물도 1년 동안 2배 늘었다. 2021년 1월 1일 1만2850개이던 대구 지역 아파트 매물은 그해 12월 31일 2만5823개로 급증했다. 매물이 쌓이면서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하는 매매가격 변동률도 11월 셋째 주부터 19주 연속 하락세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조사에서도 대구의 지난해 누적 상승률은 8.50%에 그쳐 공시가격 상승률 10.17%에 미치지 못한다.
대구의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하락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공급물량이 대폭 늘면서 분양시장도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2020년 12월 280가구에 그치던 대구 미분양 물량은 1년 뒤인 2012년 12월 1977가구로 7배 이상 증가했다. 그나마도 올해 1월에는 3678가구로 증가를 거듭하는 상황이다.
2020년 1만3660가구였던 대구 아파트 공급물량은 지난해 1만6904가구로 늘었고, 올해는 1만9812가구가 예정됐다. 2023년에는 3만2623가구, 2024년에는 2만494가구가 추가된다. 시장에서는 대구의 적정 수요를 1만2000가구 내외로 보고 있다.
대폭 늘어난 공급과 바닥을 치는 매수심리에 대구광역시는 지난해 국토교통부에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건의했지만, 12월 30일 제4차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에서 신청이 반려됐다. 확고한 시장 안정세로의 전환 여부가 확인되어야 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조정대상지역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50%로 제한된다. 9억원 초과 주택은 30%만 인정되며, 실거주 이외에는 주택담보대출도 받을 수 없다.
대구광역시는 올해도 국토부에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요청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규제 완화를 강조했던 만큼, 신청이 반려된 지난해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높아졌다. 국토부는 새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6월께 주정심을 열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의 기조가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데다, 대구와 같이 공급물량이 많은 지역은 규제를 시장이 과열될 우려가 낮다"며 "규제지역에서 벗어나면 대출이 보다 용이해지는 등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