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비거리가 승부 결정"…신기술·신소재 드라이버 쏟아진다

입력 2022-03-27 15:38
수정 2022-03-28 17:56
‘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돈’이라는 골프계의 오랜 격언은 옛말이 됐다. 코스 전장이 길어지고 장비가 발전한 현대 골프에선 드라이버가 승부를 결정짓는 ‘필살기’다. 세계랭킹 1위 욘 람(28·스페인)을 비롯해 브라이슨 디섐보(29), 저스틴 토머스(29·이상 미국) 등 현재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최고 선수들은 모두 장타자다.

골프산업에서도 드라이버는 브랜드의 명운을 좌우하는 ‘게임 체인저’다. 드라이버는 교체 주기가 잦은 장비다. 업계에선 드라이버 교체 주기를 대개 2~3년 정도로 본다. 아이언(5~6년)을 한 번 바꿀 때 드라이버를 두 번 이상 갈아 낀다는 얘기다. 페어웨이 우드·하이브리드 등 묶음 판매로도 이어진다. 잘 팔리는 드라이버와 같은 라인업에 포함된 우드·하이브리드가 판매 순위 상위권에 오른다.

제조사들은 브랜드의 얼굴 역할을 하는 드라이버에 신기술을 집약시킨다. 야마하골프 국내 공식 에이전시인 오리엔트골프는 2022년형 리믹스(RMX) VD59를 간판으로 내세웠다. VD는 ‘벡터 디렉션(Vector Direction)’의 약자다. 방향성과 직진 안정성을 추구한 신제품의 모든 라인업을 통칭하는 용어다.

숫자 59는 관성모멘트(MOI)를 뜻한다. 세계 골프규칙을 만들고 관리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골프협회(R&A)가 제한하는 MOI 수치 5900g·㎠에 근접하게 클럽을 만들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VD59는 이전 모델인 리믹스 220의 MOI 수치 5760g·㎠를 넘어 5820g·㎠를 기록해 최대치에 근접했다.

어떤 상황에서든 관성모멘트가 유지되도록 움직여 조정이 가능한 슬라이드형 웨이트를 탑재한 것도 특징. 골퍼마다 다른 스윙 특성에 맞춰 웨이트를 조정할 수 있다.

드라이버의 전통적 강자인 테일러메이드 골프가 꺼내든 카드는 카본 페이스다. 제조사들은 지금까지 드라이버 윗부분에는 카본을 쓰더라도 페이스는 티타늄을 고집해왔다. 과거 몇몇 브랜드가 이를 시도했으나 실패했기 때문이다. 테일러메이드는 가진 기술력을 올인한 스텔스 드라이버를 내놨다. 지난해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7·미국)가 이벤트 대회인 PNC 챔피언십에 들고나와 화제가 됐던 그 모델이다. 기존 카본 페이스가 갖고 있던 치명적 약점인 내구성은 카본 60겹을 이어 붙여서 잡았다.

카본 페이스가 갖는 최고의 강점은 비거리 증가다. 카본 페이스는 같은 넓이의 티타늄 페이스보다 40% 더 가볍고 탄성이 뛰어나다는 게 제조사의 설명이다. 헤드 안쪽에는 사운드 리브(rib) 기술을 적용해 둔탁한 타구음을 잡았다. 페이스에서 덜어낸 무게는 헤드 바닥에 배치해 관용성을 넓혔다. 테일러메이드 관계자는 “기존 제품보다 관용성이 11%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에픽 시리즈로 반향을 일으킨 캘러웨이골프는 ‘로그 ST 시리즈’로 연타석 홈런을 노리고 있다.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는 캘러웨이만의 특허 기술이 모두 포함됐다. 에픽에도 채택됐던 헤드의 뒤틀림을 막아주는 제일브레이크 인공지능(AI) 스피드 프레임이 들어갔다. AI가 디자인한 플래시 페이스도 장착했다.

티타늄 유니보디(일체형) 구조도 특징이다. 유니보디 구조는 무게중심을 낮추고 안정감을 제공해준다고 제조사는 설명했다. 초경량 트라이액시얼 카본을 크라운(윗부분)과 솔(밑부분)에 적용해 무게를 줄였고, 여분의 무게를 재배치했다. 여기에 11g의 텅스텐 스피드 카트리지까지 배치해 관용성을 극대화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