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라이트] 레드와 벨벳의 놀랍도록 신기한 조화, 레드벨벳이기에

입력 2022-03-27 09:00

그룹 레드벨벳(웬디, 아이린, 슬기, 조이, 예리)의 변주는 언제나 흥미롭다. '스프링 퀸'이 되겠다며 봄에 신곡을 들고나온 이들은 부드러운 리듬에 맞춰 발레리나처럼 아름다운 춤 선을 만들어냈다. 이전에 본 적 없는 또 새로운 모습이다. 데뷔 9년 차임에도 신선함을 놓치지 않는 팀의 저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레드벨벳은 지난 21일 새 미니앨범 '더 리브 페스티벌 2022 - 필 마이 리듬(The ReVe Festival 2022 - Feel My Rhythm)'을 발매했다. 올해 첫 작품인 이번 앨범에 레드벨벳은 '시작'의 의미를 부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그 시작인 '필 마이 리듬'에는 여러모로 도전이 깃들었다. 수년간 굳어진 '레드벨벳=여름'이라는 기존의 공식을 과감히 깨고, 봄에 나와 계절감을 그대로 한껏 살렸다. 화사한 분위기에 발레복을 연상케 하는 의상으로 우아함을 극대화한 멤버들은 '스프링 퀸'이 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마냥 예쁘게만 보인다면 당연히 레드벨벳이 아니다. 비주얼, 퍼포먼스는 물론 음악까지 어디 하나 흔한 구석이 없다. 타이틀곡 '필 마이 리듬'은 바흐 'G선상의 아리아'를 샘플링했다. 그간 K팝에서 클래식을 샘플링한 경우는 많았는데, 특히 '필 마이 리듬'은 클래식과 K팝의 강점을 양쪽으로 꽉 잡으며 놀라울 정도의 조화로움을 자랑한다.

클래식의 부드러운 스트링 선율과 어우러진 강렬한 트랩 비트가 강하게 리스너들을 곡으로 끌어들이고 이내 자유로운 해방감을 선사한다. 사운드를 듣는 재미가 다채롭다. 친숙함과 새로움을 모두 충족시킨다. 편곡은 아티펙트 뮤직(ARTiffect Music)의 Jake K와 MCK가 맡았고, 작곡엔 두 사람과 함께 Maria Marcus, Andreas Oberg가 이름을 올렸다.


'필 마이 리듬'은 레드벨벳과 만나 우아한데 웅장하고, 화사한데 어딘가 뭉클한, 참 오묘한 멋진 색으로 완성됐다. 이는 레드벨벳의 성장과도 맞닿아있다. 레드벨벳은 SM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 중 대중성이 짙은 그룹으로 대표된다. 그러나 이들은 결코 흔한 음악을 하진 않았다. 독특하고 도전적인 시도들은 매번 새로운 레드벨벳만의 개성을 만들어냈고 곧 '대중적 취향'이 됐다.

그간 레드벨벳은 밝고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의 '레드', 시크한 듯 성숙한 매력의 '벨벳'으로 콘셉트 나누어 선보여왔는데, 이번 앨범은 경계를 '굳이' 구분 짓지 않았다는 점에도 주목할 만하다. 꾸준히 쌓아온 이 팀만의 색깔이 레드와 벨벳의 결합을 자연스럽게 끌어냈다. 이는 '필 마이 리듬' 전작인 '퀸덤(Queendom)'에서도 엿볼 수 있는 흐름이었다.

'필 마이 리듬' 뮤직비디오에는 클로드 모네 '양산을 쓴 여인', 존 에버렛 밀레이 '오필리아',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그네', 클로드 모네 '산책', 히에로니무스 보스 '세속적인 쾌락의 정원' 등 각종 명화가 등장하는데 온라인상에서는 이를 두고 각종 해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역시 레드벨벳의 음악을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다.

레드벨벳은 올해 '상상 여행'을 테마로 다양한 음악 활동을 예고한 상태다. 이번 앨범은 선주문 51만장을 돌파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시작이 화려하다. 또 어떤 시도들이 음악 팬들을 설레게 만들지 기대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