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이 죽어나가는데 어떻게 감히 방역 성과를 말하나

입력 2022-03-25 17:22
수정 2022-03-26 00:06
코로나 확진·사망이 폭증하며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자 김부겸 국무총리가 “낮은 확진율과 치명률을 봐달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2년 이상 계속된 싸움에서 국민 희생을 주요국의 10분의 1 이하로 최소화했다”며 “방역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있다”는 게 김 총리의 항변이다.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감염자 서너 명 중 한 명이 한국에서 나오는 기막힌 상황에서 ‘정부가 잘하고 있는데 왠 시비냐’는 식이니 할 말을 잃게 된다. 희생을 최소화한 공과를 따지자면 생업에 큰 지장을 받으면서도 공동체를 위해 묵묵히 견뎌온 국민의 공이 가장 크다. 수십년간 축적해온 우수한 의료 인프라와 의료진의 헌신도 빼놓을 수 없다. 대선을 앞두고 이해하기 힘든 완화 조치를 밀어붙인 정부는 방역을 정치로 오염시키며 코로나 대응을 포기했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문화와 풍토가 다른 미국 영국 등과 단순 비교해 ‘국민 희생이 10분의 1’이라는 주장도 억지스럽다. 한국이 ‘후진국병’으로 불리는 결핵 발병률에서 OECD 회원국 중 1위이듯 감염병의 전개 양상은 복합적이다. 굳이 숫자를 비교하려면 지역·문화적으로 유사한 아시아 나라들과 비교하는 게 더 합리적이다. 인구 100만 명당 확진자는 한국이 21만7396명으로 아시아 주요국 중 압도적 1위다. 방역 후진국으로 회자되는 인도의 7.1배, 일본의 4.4배이고 ‘진짜 방역 모범국’ 대만에 비해선 무려 231배다.

하루 사망자가 400명을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치명률 자랑도 부적절하다. 확진자 폭증으로 의료체계에 과부하가 걸리며 감염자가 ‘재택 방치’되다 보니 장·노년층 중심으로 사망자가 급증 중이다. 0~9세 사망자도 9명이나 나왔다. 장례식장이나 화장시설을 잡지 못해 발을 구르는 유가족이 부지기수다.

K방역은 지금 생색내기와 희망 고문만 남았다. 한 달 전 김 총리는 “3월 중순, 하루 25만 명 안팎이 정점”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1일에는 “열흘 안에 정점이 오고, 최대 37만 명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기도, 최대 확진자 규모도 모두 빗나가자 이번에는 “1~2주가 전환점이 될 것”이란 하나 마나 한 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시시각각 말이 달라지고 변명으로 일관하니 방역은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실없는 변명과 자화자찬을 멈추고 씨가 마른 치료제를 확보하고, 방역 현장에서 고군분투 중인 의료진과 감염자들의 고통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는데, 어떻게 감히 방역 성과를 말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