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강남권 재개발 중 최대 관심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흑석 재정비촉진구역(이하 흑석9구역)과 관련, 정비사업 조합장과 임원들을 해임한 총회 결의의 효력이 법원 결정에 의해 정지됐다. 이들의 해임이 위조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1부(부장판사 전보성)는 최근 흑석9구역 집행부가 “해임 총회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조합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해당 사건은 흑석9구역의 시공사 선정을 둘러싸고 벌어졌다. 흑석9구역 재개발은 서울 동작구 90 일대 9만4579㎡에 총 21개 동, 1536가구의 공동주택과 근린생활시설 2동 등을 짓는 사업이다. 특히 2019년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각종 대출을 모아 25억7000만원에 상가주택을 매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받은 곳이다.
흑석9구역은 2018년 5월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입찰 당시 제안한 대안설계가 서울시 인허가를 통과하지 못했다. 2년 이상 사업이 멈춰서는 등 진통을 겪자 흑석9구역 조합원들은 2020년 5월 옛 집행부를 해임하고, 8월에는 롯데건설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후 조합은 현 집행부를 꾸리고 지난해 12월 26일 새로운 시공사 입찰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입찰 직전 옛 집행부를 중심으로 이전 시공사인 롯데건설을 복귀시키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이에 입찰 2일 전인 지난해 12월 24일 조합장 및 임원 해임 총회를 개최했다. 총회 의사록에는 전체 조합원 685명의 과반수인 400명이 참석했고 과반수 찬성으로 현 집행부에 대한 해임이 이뤄졌다고 기재됐다. 400명 가운데 직접 참석한 인원은 9명, 서면결의서를 제출한 조합원은 391명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현 조합 집행부의 신청으로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의사정족수가 과반에 미달해 무효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우선 법원은 참석 인원이 부풀려졌다고 봤다. 총회 자료에 의하면 실제 서면결의서 제출자는 372명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372명 중 135명은 ‘해임 총회와 관련해 서면결의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위조된 것이다’는 사실확인서를 제출했다”며 “135명의 서면결의서를 제외하면 의사정족수는 과반인 343명에 미달한다”고 설명했다. 135명의 서면결의서 필적과 법원에 제출한 사실확인서 필적이 다른 점도 위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재판부는 “도시정비법 제45조 6항에는 조합이 서면의결권을 행사하는 자가 본인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를 확인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강조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