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규제 풀린다"…안전진단 신청 '봇물'

입력 2022-03-25 17:04
수정 2022-04-04 16:03

재건축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을 추진하는 노후 아파트 단지가 늘어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안전진단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통과 기대가 커지고 있어서다. 우선 예비안전진단(현지조사) 절차부터 나서는 곳이 많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안전진단 중 가장 어려운 ‘적정성 검토’ 규제가 풀리기 전에 예비안전진단부터 넘자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25일 재건축업계에 따르면 영등포구 신길동 ‘신길우성3차’(사진)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최근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예비안전진단→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 순서로 이뤄진다. 1989년 준공된 이 단지는 477가구로 조성됐다. 2020년 4월과 2021년 5월 진행된 예비안전진단에서는 모두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세 번째 도전 만에 예비안전진단 문턱을 넘어서게 됐다. 신길우성3차 추진위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안전진단 완화 기조가 확산하자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주민들의 바람이 컸다”고 했다.

노후 아파트가 밀집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에서도 예비안전진단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도봉구 쌍문동 ‘쌍문한양 2·3·4차아파트’는 이달 예비안전진단을 시행할 예정이다. 1988년 조성된 이 단지는 1635가구로 지어졌다. 도봉구 창동 ‘창동주공4단지’도 지난달 구청에 예비안전진단을 신청했다. 창동주공은 1988년부터 창동지구 택지개발사업을 통해 조성됐다. 1~4단지와 17~19단지 등 총 7개 단지로 구성돼 전체 가구 수가 1만778가구에 달한다. 가장 늦게 입주한 ‘창동주공4단지’(1991년)를 마지막으로 7개 주공아파트가 모두 재건축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노원구에서는 ‘하계미성’(685가구), ‘중계무지개’(2433가구), ‘태릉우성’(432가구) 등이 최근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중계주공4단지’(690가구), ‘중계건영2차’(742가구)는 구청 접수를 마치고 현지조사를 기다리고 있다. 구로구에서는 구로1동 ‘현대상선아파트’가 지난 17일 구로구로부터 재건축 예비안전진단 통과 판정을 받았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권에서도 재건축 예비안전진단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재건축 초기 추진 단지가 몰려 있는 경기 광명시 ‘하안주공’이 대표적이다. ‘하안주공 5·7·12단지’ 세 곳은 지난 2월 하안주공에서 처음으로 재건축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하안동 주공아파트는 임대아파트인 13단지를 제외해도 총가구 수가 2만4400여 가구에 달한다. 나머지 9개 단지도 주민 동의서를 받는 등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건축 연한(준공 30년)을 채운 단지가 몰려 있는 경기 안산시도 예비안전진단 도전 단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안산시 고잔동 ‘중앙주공9단지’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예비안전진단 접수를 받고 있다. 통합재건축을 추진 중인 선부동 ‘군자주공11·12단지’는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설립하고 이른 시일 내에 예비안전진단 접수에 나설 계획이다.

윤 당선인이 본격적인 안전진단 규제 완화에 나서기 전에 예비안전진단부터 마무리하겠다는 게 노후 아파트 주민들의 구상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는 예비안전진단은 전문 용역업체가 수행하는 정밀안전진단이나 공공기관이 진행하는 적정성 검토보다 통과가 수월한 편이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