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다투다 아파트 11층 베란다에서 남편의 반려견을 던져 죽게 한 20대 여성이 벌금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본인이 해당 여성의 남편이라고 주장한 이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아내가 알코올 중독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했다.
지난 23일 해당 글을 올린 A 씨는 "오늘 아침 기사 당사자다. 저희 부부는 처음 강아지 모임에서 만나 강아지라는 공통점으로 결혼까지 하게 됐다"며" 부부가 되고 나니 전처가 알코올 중독, 알코올 의존증, 우울증,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A 씨는 "연애 때부터 술로 인해 다툼이 잦았고, 연애 때는 그냥 술을 좋아하는 정도라고 생각했다"며 "다툼의 원인은 본인이 술을 끊겠다고 선언했을 때부터였다. 다툼과 조율을 반복하던 중 우리에게 아기가 생겼다. 아이가 생겼으니 바뀔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아이가 뱃속에서 꿈틀거릴 때도 술 마시는 걸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살얼음판 같던 산후조리 기간이 끝나고 집으로 아이와 귀가했다. 육아를 같이하기 위해 근무 시간을 새벽으로 바꿨지만, 현실은 저는 종일 육아하고 밤에 출근할 때쯤 아내는 술에 취한 채 귀가했다"며 "만취한 아내에게 아이를 맡기고 출근할 수 없던 저는 항상 장모를 불렀다. 장모도 자기 딸이 술 먹는 걸로 잔소리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 때문에 쓴소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이런 지옥 같은 일상이 반복되던 중 일이 터졌다. 그날도 술에 만취돼 귀가한 아내는 집에 오자마자 술·담배 냄새를 풍기며 아이를 깨우고 괴롭혔다"며 "아내를 일단 방에서 내보냈는데, 강아지의 비명이 들렸다. 저는 동영상을 찍으며 나갔는데, 아내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동영상을 찍지 말라고 달려들었다"고 했다.
그는 "아내를 진정시키자 갑자기 '남편이 목을 조른다'면서 경찰에 신고했다. 10분 뒤 경찰이 도착했고, 저는 1시간 정도 집에 들어갈 수 없었다"며 "이후 집에 들어가자마자 눈에 띈 건 베란다 문이었다. 혹시나 했는데, 밑을 보니 강아지가 떨어져 죽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유죄로 판결이 났고 면접 교섭 때도 아내는 '강아지는 너 때문에 죽였다'며 죄책감 없고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며 "처벌도 초범, 술에 의한 심신미약 등의 이유로 벌금형이 나왔다. 정말 끔찍하게 죽은 강아지의 억울함은 어찌 풀어야 하겠냐"고 했다.
앞서 울산지법 형사9단독(정제민 판사)은 지난 23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B 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재판부는 "반려견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했고, 견주인 남편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면서 "다만, 범행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고 반성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