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불가리, 결혼철 맞춰 비싸진다…명품 가격 '도미노 인상'

입력 2022-03-24 20:00
수정 2022-03-24 22:02

이탈리아의 보석 브랜드 불가리가 다음달부터 제품 가격을 올린다. 샤넬과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들이 올 초부터 말부터 패션 잡화 제품의 가격을 올린 데 이어 티파니앤코, 쇼메, 부쉐론, 불가리 등 보석 브랜드까지 가격 인상에 가세하는 분위기다.

불가리는 티파니, 까르띠에와 함께 3대 명품 보석 브랜드로 꼽히는 만큼 전체 명품 시장에 또 한번 가격 인상 도미노를 일으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불가리는 다음달 1일 주요 제품 가격을 올리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주요 제품 가격을 5~11% 인상한 지 6개월 만이다. 불가리는 지난해에만 네 차례나 가격을 올렸다.

불가리는 이번 가격 인상 사실을 일부 VIP에게만 개별 연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년 VIP에게 인상 소식을 미리 공지해온 게 드러나면서 논란을 빚고 있지만 올해도 같은 방식의 판매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소수 고객에게 가격 인상 계획을 귀띔해 소문이 나게 만든 뒤 ‘오르기 전에 사두자’는 심리를 자극하는 상술을 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불가리의 가격 인상 대상에는 커플링으로 인기가 높은 ‘비제로원(B Zero 1)’ 등 대부분 제품군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불가리 내에서 비교적 가격대가 낮아 인기가 높은 ‘디바스드림(DIVAS’ DREAM)’ 목걸이도 6% 이상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채꼴 펜던트가 달린 이 제품은 가수 아이유와 소녀시대 서현, 배우 김희애 등이 착용해 잘 알려졌다.

이 밖에 개별 제품의 인상 폭에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다른 브랜드의 가격 인상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까르띠에 등 다른 보석 브랜드들은 아직까진 가격 인상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까르띠에 관계자는 “현재 가격 인상과 관련해 구체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통 연초 비슷한 시기에 브랜드들이 제품 가격을 올려 왔기 때문에 불가리를 비롯해 다른 브랜드도 조만간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까르띠에의 경우 5월께 값을 올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명품 보석 업체들은 “코로나19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장인들이 작업하러 나오기 어렵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실제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매년 봄 결혼철에 맞춰 가격을 지속적으로 인상해 왔다. 이미 티파니는 지난 1월 주요 제품 가격을 5~12% 올렸고, 부쉐론과 쇼파드도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송혜교 반지’로 유명한 쇼메도 이달 중순 가격을 인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명품 열풍으로 이른 아침부터 대기번호 표를 받고 줄을 서는 현상이 계속되다 보니 해외 브랜드들이 연례행사처럼 가격을 올리고도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게 문제”라면서 “결혼철을 앞두고 혼수를 찾는 소비자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