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2017~2021) 부동산 PF 수수료 수익을 중심으로 한 IB 이익 성장 덕분에….”
지난 23일 나이스신용평가가 하이투자증권의 신용등급(A+) 전망을 ‘긍정적’으로 상향하는 근거를 설명한 보고서의 머리글이다. 이 기간 하이투자증권의 기업금융(IB) 수익은 775억원에서 1350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회사의 전체 순이익을 63억원에서 1674억원으로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보고서에서 언급한 5년은 문재인 정부 아래서 아파트 분양시장이 이례적인 호황을 누린 때다. 하이투자증권뿐만이 아니다. 교보증권, 다올투자증권, 유안타증권, 한화투자증권, 현대차증권, DB금융투자, IBK투자증권, KB증권 등 과거 고전했던 많은 중소형 증권사들이 5년 동안 수익을 만끽하고 신용도 상향을 누렸다.
코로나19와 경기 침체로 등급 강등 건수가 상향을 크게 웃돌았지만, 증권가엔 ‘역대급 호황’의 5년이었다. 그 배경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PF 사업 수익이 크게 작용했다. 증권사들은 시행사에 어음을 찍어주면서 공급 자금의 10%를 넘나드는 짭짤한 수수료를 챙겼다. 시행사가 어음을 못 갚을 경우 대신 갚아줘야 하지만 그런 위기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공급 부족의 해소보다 ‘규제가 최선’이라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대장동 사건에서 보듯 시행사들은 빚을 못 갚기는커녕 대거 돈방석에 앉았다.
증권사 IB본부장들은 올해도 이 고수익 PF 사업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시행사가 원리금을 아직 상환하지 않은 PF 대출 잔액이 작년 9월 말 현재 약 21조원(20여 개 증권사 우발채무 기준)에 달하지만 증권사나 신용평가사의 위기의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시행사와 증권사가 짊어져야 하는 사업위험을 지난 5년 동안 그랬듯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족’에게 넘길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다.
증권사의 PF 사업 확대와 신용등급 상향 행렬이 더욱 씁쓸한 이유는 정작 본업의 경쟁력은 제자리걸음하고 있어서다. 최근 수년간 국내 증권사들은 ‘해외 대체투자’ 분야에 야심 차게 뛰어들었지만, 각종 금융사고에 휘말리며 허술한 위험관리 능력만 드러냈다. 앞으로 국내 증권산업은 인플레이션과 금리상승이라는 새로운 경영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지난 23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송별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의 정상화’ 필요성을 역설한 것처럼, 부동산 금융에 지나치게 쏠린 사업 구조도 정상화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