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땀·눈물로 빚었다…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몸

입력 2022-03-24 17:01
수정 2022-03-25 02:06

“나는 전적으로 ‘몸’이며, 그 밖의 아무것도 아니다.”

니체는 사람의 몸을 새롭게 조명한 철학자로 유명하다. ‘영혼은 고귀하고, 육체는 불완전하고 타락한 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보편화됐던 근대 철학계에는 그런 사상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 몸이 정신보다 열등하다는 ‘위계질서’를 한 번에 뒤집었기 때문이다. 나의 몸을 불경시하는 대신, 영혼과 욕구 그리고 철학이 담긴 하나의 ‘그릇’으로 보는 시각은 당시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백 년이 넘게 흐른 요즘, 우리나라에도 어쩌면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몸을 한껏 드러낸 채 사진을 찍거나, 이를 남들에게 공개하는 것은 연예인이나 보디빌더 등 특정인들만의 영역이었다. 요즘엔 다르다.

코로나19 이후 건강과 운동, 실내 생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아름다운 자신의 몸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보디프로필 열풍이 부는 게 대표적이다. 이들은 몇 달간 고통스러운 식단을 이겨내고, 흔쾌히 수백만원을 들여 자신의 몸을 기록으로 남긴다. 배우들이 촬영할 법한 화려한 스튜디오뿐 아니라, 물속에서 한 마리의 인어처럼 ‘수중 프로필’을 찍기도 한다. 매번 새로운 공간에서 보디프로필을 취미처럼 찍는 사람도 적지 않다.

몸에 대한 관심은 비단 ‘몸짱’들만의 전유물도 아니다. 모든 신체의 형태를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의 몸을 사랑하는 ‘보디 포지티브’(몸 긍정주의) 바람도 거세졌다. 예전만 해도 몸을 노출하는 것은 마른 사람들의 특권이었다. 요즘엔 글로벌 브랜드들이 먼저 내추럴 사이즈 모델,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기용하기 시작했다. 몸을 억지로 왜곡하고 조이기보다는 편안하게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대하는 태도부터 달라졌기 때문이다. ‘나에게 좋은 몸’에 대한 관심이 커지다보니 몸에 바르는 화장품 하나, 먹거리 하나 신경 쓰는 사람들도 늘었다.

아마존 베스트셀러 《우리몸이 말을 할 수 있다면》에는 “몸이 건네는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은 인간이라는 복잡한 세계를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는 말이 나온다. 깡마른 몸이든, 통통한 몸이든 상관없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몸’의 기준이 무엇인지, 내 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몸’은 나만이 오롯이 아끼고 가꿀 수 있는 작은 텃밭일 테니.

정소람/김남영/최예린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