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악재 될라…엔비디아 CEO 한마디에 '초긴장'

입력 2022-03-24 21:00
수정 2022-03-24 21:41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최강자인 미국 엔비디아가 앞으로 인텔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언급해 반도체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대만 TSMC, 한국 삼성전자와 주로 협업했던 엔비디아의 이같은 구상은 TSMC보다는 삼성전자에 악재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4일 미국 경제 전문 매체 블룸버그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현지시간으로 23일 열린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새로운 파운드리 협력사로 인텔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로, 지난 23일 ARM 네오버스 기반 데이터센터용 중앙처리장치(CPU) '그레이스 슈퍼칩'을 공개하면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엔비디아는 현재 TSMC에 대부분의 위탁생산을 맡기고 있고 나머지 물량은 삼성전자를 통해 생산 중이다. 사업 영역이 확대되면서 더 많은 파운드리가 필요해진 엔비디아는 삼성전자 대신 인텔을 언급하며 다양한 생산 라인을 확보하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일각에선 인텔이 엔비디아 물량을 확보한다면 엔비디아가 기존 협력사에 맡겼던 물량을 축소하거나 관계를 끊고 미국 기업인 인텔에 더 의존하게 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경제 안보를 강조하면서 핵심 부품으로 반도체를 연일 언급해서다.

미국은 자국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엔 반도체 산업에 520억달러(한화 약 63조4000억원)을 지원하는 법안을 마련하는 등 반도체 안보에 각별히 공을 들이는 중이다.


파운드리의 중요성을 깨달은 인텔도 파운드리 사업 재개를 선언하고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인텔은 지난 15일 유럽에 10년간 800억 유로(약 109조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미 애리조나주, 올해 초엔 오하이오주에 각각 200억달러(약 24조4000억)를 투자해 파운드리를 포함한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했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이 본격 추진되자 반도체 업계에선 백악관 주도로 미 팹리스들이 TSMC나 삼성전자 대신 인텔을 대거 선택하고 자국 중심 반도체 공급 사슬을 촘촘하게 더 만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재 글로벌 팹리스 톱5 중 4곳이 미국 기업이다. 퀄컴(1위) 엔비디아(2위) 브로드컴(3위) AMD(5위) 등이 대상이다. 분류상 순위에 포함되지는 않는 애플과 자체 칩 활용에 나선 아마존, 구글, 테슬라도 있다. 이날 젠슨 황 CEO의 발언은 팹리스뿐만 아니라 파운드리까지 미국 기업이 생산해야 한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에 발을 맞춘 것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젠슨 황 CEO는 기존 파운드리 협력사와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인텔이 TSMC, 삼성전자와 경쟁하려면 더 많은 공장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파운드리 계약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과 달리 오랜 기간을 걸친 논의가 필요하다"며 "인텔은 고객사들의 수요에 맞춰 적극 소통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젠슨 황 CEO는 또 "우리가 TSMC, 삼성전자와 맺고 있는 관계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됐다"면서도 "하지만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 진입 노력도 반갑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의 파운드리가 본격 가동되면 현재 TSMC와 삼성전자가 양분하던 파운드리 시장이 3파전으로 쪼개질 것은 분명하다"며 "이에 따른 고객사 이동도 빈번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TSMC보다 기술이 떨어지는 삼성전자가 더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이 자리 잡기 전 수율(양품 비율) 이슈를 빨리 털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6일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삼성전자의 4나노 파운드리 공정 수율에 대한 우려에 "초기 램프업에 시간이 소요됐으나 점진적 개선으로 안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