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완성차 업체 르노가 러시아 모스크바 공장 운영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전쟁 피해 당사자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지지하고 있다며 비판한 데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23일(현지시간) 미 CNN에 따르면 르노는 이날 성명을 내고 "모스크바 공장의 모든 활동을 중단한다. 국제 제재를 준수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르노는 또 러시아의 주요 자동차 업체 아브토바즈 지분 69%를 보유한 것과 관련해 "현재 처한 상황을 고려해 가능한 옵션을 살펴보고 있다"며 "4만5000명의 러시아 직원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브토바즈는 러시아의 국민차 브랜드인 '라다'를 생산하는 업체다. 지난해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서 라다 점유율은 21%다. 씨티은행에 따르면 르노의 영업이익 중 8%는 러시아에서 창출되며 대부분이 아브토바즈 지분 수익이다.
르노는 전날까지만 해도 "멈춰 있던 공장 가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공장 가동 재개 이유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이후 러시아군을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르노는 지난달에도 모스크바 공장 가동을 일시적으로 멈췄다가 다시 가동한 바 있다.
르노가 하루 만에 결정을 뒤집게 된 것은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이 잇따라 르노를 비판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르노의 성명이 발표되기 전 프랑스 의회에서 화상연설을 진행하며 "프랑스 기업들은 러시아 시장을 떠나야 한다. 르노, 오샹, 르루아 메를랭 및 다른 기업들은 러시아의 전쟁 기계 후원자가 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드미트리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한 발 더 나아가 국제사회에 '르노 보이콧'을 촉구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르노는 러시아에서 철수하길 거부하고 있다. 유럽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침략전쟁을 지지하고 있다"며 "실수가 반복되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전 세계 고객 및 기업에 르노를 보이콧할 것을 촉구한다"고 썼다.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혁신부 장관은 이달 초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에도 서한을 보내 "세계 평화를 위해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뎌 줄 것을 촉구한다"며 "러시아의 탱크와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의 유치원과 병원을 폭격하고 있다. 공격이 이어지는 한 러시아인들이 삼성의 멋진 제품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해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