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급등하면서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부각돼 증시를 짓눌렀다.
2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일보다 448.96포인트(1.29%) 하락한 34,358.50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55.37포인트(1.23%) 떨어진 4,456.24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86.21포인트(1.32%) 밀린 13,922.60을 각각 나타냈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금융긴축을 서두른다는 경계감이 있는 가운데 유가 급등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가격이 5% 이상 올랐다. 러시아의 흑해 원유 파이프라인이 파손됐다는 소식과 미국 원유 재고가 감소했다는 소식의 여파다.
WTI 선물은 4.9% 상승한 114.67달러로 장을 마쳤고,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5.5% 상승한 121.60달러를 기록했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일일 120만 배럴의 석유를 운송하는 흑해 연안의 파이프라인이 수리를 위해 몇 달 동안 가동이 중단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복구에는 2개월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러 제재 등으로 일일 300만 배럴의 러시아 원유 수출이 감소한 가운데 추가 감소가 예상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 석유 재고가 지난주에 250만 배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는 24일 유럽 순방 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에 비우호적인 국가에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팔 때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만 결제받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긴장감 속에 유가 상승과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는 더 커질 전망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지난 21일 전미경제학회 연설에서 "급등하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0.5%포인트의 금리인상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연준이 올해 몇 차례는 50bp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지수들은 일제히 하락했다. S&P500지수에 상장된 11개 업종 중에서 에너지와 유틸리티 업종을 제외하고 나머지 9개 업종이 모두 내렸다. 금융과 헬스, 기술, 통신, 임의소비재, 부동산 관련주가 모두 1% 이상 하락했다. 다만 게임스톱의 주가는 14% 이상 올랐다. 라이언 코헨 회장이 회사 주식 10만 주를 매입해서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0.63포인트(2.75%) 오른 23.57을 기록했다.
한편 유럽증시도 일제히 떨어졌다. 독일의 닥스는 1.31%, 영국의 FTSE는 0.22%, 프랑스의 까그는 1.17% 각각 하락률을 기록했다. 범유럽지수인 스톡스600지수는 1.01% 하락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