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판매 적자' 카드사, 車할부·리스로 활로 찾아

입력 2022-03-23 17:49
수정 2022-03-24 02:06
잇단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신용판매 부문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신용카드 업계가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할부와 리스·렌트 등 자동차금융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플랫폼 경쟁력 확보, 신용평가시스템(CSS) 고도화 등을 통해 고객 확보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23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우리카드의 작년 할부금융·리스 취급액은 1조8838억원으로 전년(1조1095억원) 대비 70% 급증했다. 자동차금융을 하지 않고 있는 현대카드와 아직 작년 말 기준 공시를 올리지 않은 롯데카드를 제외한 5개 전업 카드사 가운데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우리카드는 올해 초 오토신사업팀을 신설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자동차금융 취급액은 3조1229억원에서 3조5061억원으로 12% 늘었다. 하나카드는 시장 진출 첫해인 작년에만 4075억원의 취급액을 올려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반면 KB국민카드와 삼성카드의 할부금융·리스 취급액은 다소 감소했다. 카드사의 할부금융·리스 사업 항목에는 고가의 가전제품과 기계류 등도 포함되지만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90% 가까이 된다는 설명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차량 교체 주기가 빨라지는 데다 대기업의 중고차 진출로 관련 시장은 더 커질 전망”이라며 “고가 제품이라 가격 단위도 크고 이용 고객의 데이터도 쌓을 수 있어 카드사로선 좋은 수익원”이라고 말했다. 수수료 인하로 인한 적자분을 보전할 비즈니스로 보고 있는 것이다.

카드사의 가장 큰 무기는 경쟁 업계인 캐피털사에 비해 금리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대차 그랜저(신차)를 할부(현금구매비율 30%, 대출기간 48개월)로 구매할 때 카드사들은 연 2.2~3.3%의 최저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캐피털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연 2.7%)은 카드사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나머지 캐피털사들은 연 4%가 넘어간다. KB국민카드는 머신러닝 기법을 바탕으로 할부금융 신청 고객의 신용평가모델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금리 경쟁력을 더욱 갖출 수 있다는 평가다.

카드사들은 계열사들과 연계해 플랫폼을 키우는 데도 적극적이다. 신한카드는 신한금융그룹 차원의 자동차금융 전용 플랫폼인 ‘신한 마이카’를 활용하고 있다. 판매처 검증을 통해 허위매물에 대한 소비자 우려를 덜고, 차량번호만 등록하면 시세와 보험이력, 정기 검사일정 등을 알려주는 생활 서비스도 적용했다. 우리카드도 작년 말 우리은행 및 우리금융캐피탈과 ‘우리원카’ 플랫폼을 만들고 오토론과 신용대출 등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