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차기 한국은행 총재에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사진)을 지명했다. 대통령 임기 만료를 한 달여 앞두고 단행한 인사다. 청와대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 의견을 반영했다고 설명했지만, 윤 당선인 측은 즉각 “협의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이 후보자 인선 소식을 전하면서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통화신용정책을 통해 물가와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데 이어 이명박 정부에서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이후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 등을 거쳐 2014년부터 한국인 첫 IMF 국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국무회의 심의와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 최종 임명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은 총재 직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선인 측 의견을 들어 내정자를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오는 31일 임기가 끝난다. 통상 2주 이상 소요되는 청문회 등 절차를 고려할 때 일정 기간의 한은 총재 공백은 불가피하다.
윤 당선인 대변인실은 한은 총재 인사와 관련해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청와대가 현 정권과 차기 정권이 갈등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는 행동을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이어 공공기관 인사권을 놓고도 신구 권력 간 충돌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임도원/성상훈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