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살女·필라테스男…운동 '性역'이 사라졌다

입력 2022-03-23 17:39
수정 2022-03-31 15:41

홈쇼핑 프로듀서(PD)로 일하는 윤혜린 씨(27)는 지난 1월부터 여성 풋살팀 ‘하이텐션FC’에 들어가 주 1회 풋살을 즐기고 있다. 이 동호회에서 윤씨는 스텝, 드리블, 트래핑 등 풋살 기술을 배워 다른 여성 팀들과 연습 경기도 뛰었다.

직장인 남성 강준휘 씨(30)는 지난해 1월부터 1년 넘게 꾸준히 요가를 수련 중이다. 작년만 해도 여성으로만 가득차 강씨가 ‘청일점’이었던 요가수강반에 최근에는 10명 중 3명이 남자 회원으로 채워졌다.

운동의 성별 영역이 점차 무너지고 있다. 남성만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축구, 복싱, 웨이트 트레이닝을 즐기는 여성이 늘고 있다. 또 여성이 주로 하는 다이어트 운동으로 여겨지던 요가와 필라테스에서 성별 꼬리표가 떨어지고 있다.

풋살은 최근 2030 여성들의 인기 스포츠로 급부상하고 있다. 직장인 여성 백모씨(28)는 지난해 12월부터 13명의 여성 친구들을 모아 풋살게임을 한다. 백씨는 “학창 시절 여학생들은 운동장을 누비지 못하고 공을 피하기만 했는데, 우리도 팀 스포츠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풋살을 시작했다”고 했다.

대한축구협회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여대생 클럽 리그를 창설했다. 이전에도 단기간 이벤트로 여성 축구 대회가 열린 적이 있지만, 연중 리그가 생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제1회 리그에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16개 팀이 참가해 오는 4월 3일 개막전을 앞두고 있다.

복싱을 즐기는 여성도 부쩍 늘었다. 대학생 최은지 씨(24)는 호신용으로 복싱을 배우고 있다. 최씨는 “해외에서 혼자 몇 개월간 체류해야 할 일이 생겨 자기 방어용 운동을 찾았다”며 “어떻게 하면 적은 힘으로 효율적인 펀치를 날릴 수 있는지 알게 됐고, 자신감도 늘었다”고 했다.

고강도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무게를 치는’ 여성도 늘어났다. 헬스트레이너 김용 씨(28)는 “과거에는 여성들이 마른 몸을 추구하며 웨이트 트레이닝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근육을 키우려는 여성 회원이 많아졌다”고 했다.

남성이 여성들로 가득찬 요가 수련원에서 ‘뻘쭘’해하는 것은 옛날이야기다. 직장인 남성 이해준 씨(34)는 “요가를 하니 살면서 써본 적 없는 근육이 자극을 받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며 “누가 더 자세를 잘하고 근육이 멋지게 갈라지는지가 목표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심적 수련이 된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했다.

신체의 작은 근육을 강화하는 동작이 많아 균형 잡힌 몸매를 원하는 여성이 즐겨 하는 필라테스에도 남성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주형 필라테스 피트니스 사업자연맹 대표는 “맨즈 필라테스반이 개설될 정도로 필라테스에 대한 남성 수요가 높아졌다”며 “현대인들은 체형이 무너지며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필라테스가 재활 운동이기 때문에 남성에게도 좋다”고 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