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까지…블록체인 시장 뛰어드는 대기업

입력 2022-03-23 17:16
수정 2022-03-24 01:36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 시장에 발을 들이는 대기업·펀드가 속속 늘고 있다. ‘시장 향배가 어찌될지 모른다’며 사업이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블록체인과는 거리를 뒀던 이전 행보와는 딴판인 분위기다. 대체불가능토큰(NFT), 암호화폐 등을 바탕으로 블록체인 기반 생태계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영향이다. 게임사 등 특정 정보기술(IT) 기업과 개인투자자가 주도했던 블록체인 가상자산 시장에 거대 기업들의 참전이 본격화할 경우 시장 구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전자는 24일 연례 주주총회를 열어 블록체인과 암호화 자산 관련 사업을 자사 경영 목적에 새로 더할 예정이다. ‘암호화 자산의 매매 및 중개업’ ‘블록체인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판매업’을 추가한다. 이를 기반으로 자사 스마트TV에 NFT 플랫폼 등을 탑재할 전망이다.

LG전자는 앞서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X’와 손잡고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를 키워 왔다. 지난달엔 카카오의 디지털지갑과 스마트TV를 연동해 디지털지갑에 담긴 NFT 형태 디지털예술 작품을 TV로 감상할 수 있게 하는 ‘드롭스갤러리’(사진) 서비스를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올초 스마트TV를 통해 NFT를 사고팔 수 있는 플랫폼을 공개했다. 삼성 스마트TV의 스마트허브에 앱을 추가하는 식으로 TV에 NFT 플랫폼을 탑재한 세계 최초 사례다. 최근 TV가 방송, 영상 콘텐츠 외에 사진이나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액자 역할을 한다는 점에 착안해 이를 NFT로 끌어들이는 분위기다.

삼성 계열 광고회사 제일기획은 NFT와 블록체인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 사업을 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말엔 국내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처음으로 미국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에 투자하기도 했다.

주요 기업의 블록체인 시장 진입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차기 정부가 시장 친화적 암호화폐 정책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긍정적 요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앞서 디지털산업진흥청 설립, NFT 거래 활성화, 디지털자산시장 육성, 가상자산 거래소발행(IEO) 도입 후 암호화폐공개(ICO) 허용 등을 공약했다.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 가치의 부침과 시장 불확실성으로 한동안 주춤했던 블록체인 비즈니스가 NFT, 메타버스, 인공지능(AI) 등 신기술과 연결되면서 새로운 동력을 얻는 분위기”라며 “SK그룹 진출도 이런 흐름의 전환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한결/이소현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