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검찰의 일거수일투족은 언제나 주목의 대상이다. 검찰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기업의 명운이 걸렸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영향력이 막강해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둔 지금은 유독 그 관심도가 높아진 분위기다. 기업을 가혹할 정도로 몰아붙였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검찰 시절 이력을 떠올리며 취임 후 삭풍이 불지 않을까 걱정하는 기업인이 적지 않다.
이런 우려는 벌써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공정거래 사건을 수사하는 공정거래조사부 규모를 지난 21일 전격 확대했다.
공정거래수사팀과 부당지원수사팀으로 이뤄졌던 조직을 공정거래수사1팀과 2팀, 부당지원수사팀 등 3개 팀으로 재편했다. 인원도 9명에서 15명으로 늘렸다. ‘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거래조사부는 대웅제약의 경쟁사 복제약 판매 방해 의혹, 하림 등 5개 기업의 닭고기 가격 담합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공정거래조사부 개편에 나서자마자 경제계에선 ‘윤 당선인의 의중을 예단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공정거래조세조사부를 공정거래조사부와 조세범죄조사부로 분리하고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던 만큼 과도한 해석이라고 치부할 일도 아니다.
기업인들은 선거 기간부터 윤 당선인이 검찰 특수통 출신이란 점에 부담을 느껴왔다.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관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가 과거 기업 관련 굵직한 수사를 여러 차례 맡았던 만큼 검찰이 ‘알아서 움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그런 만큼 최근 검찰이 윤 당선인의 사법분야 공약에 동조하는 입장을 연신 내비치는 것은 기업들로선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공정한 경쟁’보다 중요한 덕목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불공정 거래를 엄단하겠다는 검찰을 마냥 삐딱한 시선으로 쳐다볼 수는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행여 검찰이 ‘윤석열의 뜻’을 지레짐작해 애먼 기업들을 부당하게 길들이려고 한다면, 대단한 오판이 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온갖 ‘규제 족쇄’에 묶여 옴짝달싹 못 했던 기업들을 훨훨 날게 해 침체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 진정 윤 당선인을 돕는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최근 경제 6단체장을 만난 자리에서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게 정부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새 정부에서 검찰이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