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연구실 안에 있는 원천 기술을 수천억원 시장에서 곧바로 쓰일 ‘게임체인저’로 바꿔준다. 아주대가 주도하는 나노입자 정렬기술 기반 바이오·전자부품 소재 중개연구단이 맡은 일이다. 아주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원천·기초 기술의 시장화를 돕기 위해 벌이는 ‘공공연구성과 활용 촉진 연구개발(R&D)’ 사업을 통해 중개연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 연구자들이 발굴한 유망 기술을 실제 시장 수요와 성숙도 수준에 맞도록 개발하는 사업이다. ○활용도 높은 나노입자 정렬 기술
아주대는 나노입자 정렬 관련 원천기술을 상용화 수준 기술로 끌어올리는 연구를 하고 있다. 나노입자는 크기가 10억분의 1m인 ‘나노미터(㎚)’ 단위 작은 알갱이를 뜻한다. 입자의 종류와 기능, 배열 상태에 따라 발광다이오드(LED)에서부터 인간 장기 유사체(오가노이드)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연구단은 나노입자를 넓은 면적에 정렬·패턴화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바이오·전자부품 여섯 가지를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기술 성숙도(TRL) 9단계 기준으로 볼 때 4단계 이하의 연구를 제품화 단계인 7단계 이상으로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TRL 1~4단계는 기초 아이디어에서 실험실 수준에서 성능 평가가 이뤄진 정도다. 이를 상용화하려면 시제품 제작·평가, 표준화 등을 거쳐야 한다. 시장과 연구실을 잇는 ‘중개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아주대가 주도하는 나노입자 정렬기술 중개연구단은 네 개 세부 과제를 두고 세 개 대학이 협업한다. 마이크로LED 본딩·검사 소재 연구는 김재호 아주대 분자과학기술학과 교수팀이, 식품유해균 현장진단장비 연구는 윤현철 아주대 분자과학기술학과 교수팀이 맡았다. 성영관 경북대 의대 교수 등은 탈모 완화와 모발 관리 제품 효능 평가 오가노이드 연구를 담당한다. 정영석 부산대 약대 교수는 약물 스크리닝용 역분화 줄기세포 배양체 기술을 개발한다. 이들 기술의 상용화 지원을 위해 아주대 기술이전 전담조직(TLO)이 사업에 함께 참여한다. ○식품·바이오 분야 등 상용화 준비아주대 등은 작년 8월부터 중개연구단 사업을 시작했다. 약 반년 만인 이달 초까지 세 가지 기술을 관련 기업에 기술 이전했다. 작년 말엔 아주대 연구진이 개발한 병원균 현장 신속 검출 기기 기술을 국내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기업 블루비즈가 확보했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표적 병원균인 대장균, 살모넬라, 병원성 대장균 등을 현장에서 신속하게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기존 방식에 비해 병원균 검출 속도가 약 다섯 배 빠르고, 비전문가도 쉽게 검출 시험을 할 수 있어 상용화하면 급식소나 식품 공장, 대형 식당 등에서 식중독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 연구진은 국내 식중독 발생률이 기존 대비 10% 감소하면 2800억원가량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엔 아주대와 경북대가 공동 개발한 오가노이드 기술을 엘리드에 이전했다. 나노입자 정렬기술을 활용해 미세패턴 위에 입자를 배열한 세포 맞춤형 배양기판 ‘모낭 오가노이드’를 활용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하면 사람이나 동물실험을 할 수 없는 기능성 화장품 분야 등에서도 약물의 효능을 보다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
아주대 중개연구단은 연구단을 통해 개발한 기술이 전자·바이오 분야 기술 경쟁력을 대폭 높일 수 있다고 본다. 각종 부품 소재와 장비 등을 국산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아주대 중개연구단은 “연구단을 통해 개발한 원천기술과 응용기술은 확장성이 넓은 ‘연쇄 파생형’ 특징이 강하다”며 “다른 분야에도 응용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BM)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