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이 시공사업단과 소송전을 벌이기로 했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조합은 전날 서울동부지법에 공사비 증액 변경 계약을 무효로 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둔촌주공 재건축 최초 공사비는 2조6000억원이었지만, 2020년 6월 3조2000억원으로 증액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집행부를 교체한 조합은 증액 계약의 절차와 내용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요 사유로는 △허위 무상지분율로 기망해 결의 편취 △확정 지분제의 변동 지분제 변경에 대한 설명 누락 △한국감정원 공사비 검증 절차 누락 △무권대리 및 기타 사유로 인한 무효 등을 제시했다.
조합은 내달 16일로 예정된 총회에 '공사계약 변경의 건에 대한 의결취소'를 다룰 예정이다. 공사비 증액 계약을 부정하기 위한 조치다. 시공사업단이 공사를 중단한다면 시공계약 타절 등의 조치도 취한다는 방침이다.
시공사업단은 내달 12일까지 조합의 공사비 충당 조처가 없다면 15일 공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2019년 12월 착공 2년이 지나는 동안 1조6000억원을 투입해 외상 공사를 하고 있으며, 조합이 고급화를 이유로 설계 변경을 요구하고 마감재 승인도 미룬 탓에 공사가 지연됐다는 이유다.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자 지난해 말 서울시가 둔촌주공 조합과 시공사업단 중재에 나선 바 있다. 시 코디네이터는 "조합이나 시공사가 '공사계약의 변경의 건'에 관하여 조합원들을 기망하였다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행위를 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은 발견할 수 없었다"며 "공사 변경 계약이 무효라는 말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시는 공사비 증액 계약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면서도 "조합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변경계약 내용에 대해 재검증 및 계약 변경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중재안을 내놨다.
이를 두고 조합은 "우리는 서울시 코디네이터 의견을 그대로 수용했으나, 시공사업단은 기존 쟁점이 되는 계약서를 그대로 인정하지 않으면 협상 자체를 하지 않겠다며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권고대로 협상을 최우선 순위로 하되, 조합원 권리방어를 위해 소송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공사비 충당 조처에 대해서도 조합은 "공사비 지급을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일반분양절차를 수행하고 있고 오는 6월을 목표로 일반분양을 준비하고 있다"며 "시공사업단의 비협조로 일반분양이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업단이 공사중단에 따른 입주 지연을 볼모로 문제의 계약을 인정받고, 원자재 가격 인상과 시공사 귀책으로 인한 공기연장 사유를 조합에 떠넘기려 시도하고 있다"며 "조합은 공사비 기성분 지급을 위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일반분양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공사업단은 지난 19일부터 견본주택에서 공사비 증액과 공사 중단 예고 등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조합과 주고받은 공문을 조합원에게 공개했다. 설명회는 별도 안내일까지 지속 운영된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