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켐 대주주 된 KB증권 '고민'

입력 2022-03-22 15:45
수정 2022-03-23 10:56

엔지켐생명과학이 올해 주주총회서 황금낙하산 도입을 추진 중이다. 연구개발 자금 유치를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과정에서 실권주를 모두 떠안은 KB증권이 최대주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최대주주로 올라선 KB증권은 의결권이 없어 바라볼 수밖에 없다. 황금낙하산이 도입되면 인수합병(M&A)을 통한 경영권 매각이 여러워지는 만큼 KB증권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엔지켐생명과학은 주주총회 소집공고를 냈다. 이번 주총에서 가장 눈길이 쏠린 건 정관 변경 건이다. 정관이 변경되면 적대적M&A로 인해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가 해임될 경우 퇴직금 이외에 대표이사에게 200억원, 사내이사에게 100억원을 퇴직보상급으로 지급해야 한다. 기존엔 대표이사에 한해서만 50억원을 지급해야 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유상증자 이후 적대적M&A 가능성에 시달려왔다. 지난해 연구개발 자금 유치를 위해 유상증자를 진행했는데 바이오업종 주가가 하락국면을 맞으면서 실권주가 대량 발생, KB증권이 총액 인수하면서다. KB증권은 현재 19.21% 지분을 가져 송기영 창업주(4.55%) 보다 지분율이 높다. KB증권의 지분을 절반만 인수해도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KB증권이 올해 최대주주로 올라선 탓에 정관변경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주주총회는 지난해 12월 31일 시점에 주주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개최되기 때문이다. 황금낙하산 조항이 통과되면 KB증권의 셈법은 복잡해진다. KB증권의 지분을 인수해 봐야 대표이사조차 쉽게 변경이 어려운 상황이라 지분 매각의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KB증권은 이미 손실구간이다. 22일 엔지켐생명과학은 2만9300원으로 장을 마감, KB증권이 총액인수한 주가(3만1800원)보다 7.9% 가량 낮은 상태다.

증권가에선 KB증권의 지분이 매수자를 찾지 못하면 오버행(잠재적 매물)으로 남을 것이란 우려가 많다. 정관변경이 통과되면 M&A를 통한 경영권 매각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KB증권은 지난 15~18일 트리니신기술조합 등 3개 신기술투자조합에 8.77%의 지분을 매각한 바 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