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미국 원격의료 기업 암웰과 손잡고 북미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말 인사에서 최고경영자(CEO)가 된 조주완 사장(사진)이 스마트폰과 태양광 사업의 빈자리를 메울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헬스케어를 낙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의 헬스케어 속도전
21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북미이노베이션센터(LG NOVA)는 최근 암웰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병실용 TV 등 하드웨어에 강한 LG전자와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소프트웨어에 특화된 암웰이 손잡고 북미 시장을 공략한다는 것이 협약의 골자다. LG전자의 병실용 스마트 TV를 공급받고 있는 미국 내 병원에 비대면 진료 솔루션을 판매하는 것을 시작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고객이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기와 솔루션을 만드는 것이 LG·암웰 동맹의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2006년 설립된 암웰은 미국을 대표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 중 하나다. 2020년 LG테크놀로지벤처스가 암웰의 펀딩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LG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LG전자 등 5개 LG 계열사가 공동으로 출자한 펀드를 운용하는 벤처캐피털이다.
암웰과의 협약은 조 사장이 겸임하고 있는 CSO(최고전략책임자) 조직 산하 비즈 인큐베이션 담당과 LG NOVA의 합작품이다. 조 사장은 CSO 부사장으로 일했던 2020년 이 두 조직을 신설해 신성장동력 발굴에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조 사장이 이달 미국 출장에서 암웰과의 협업 방안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 LG 브랜드를 알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최근 헬스케어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엔 헬스케어와 관련한 기반 기술 확보와 신사업 기회 모색을 위해 KAIST와 공동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국내 헬스케어 기업들과도 협업 중이다. 지난해엔 이지케어택과 협업해 병원용 원격의료 솔루션을 선보였다. 다자간 화상 플랫폼에 기반한 솔루션으로 입·퇴원 데이터베이스 등 병원 시스템과 연동하는 제품이다.
2027년 530조원 시장으로LG전자가 헬스케어 분야로 눈길을 돌린 것은 시장의 규모가 상당하고 성장세도 가팔라서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츠는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2020년 1481억달러(약 184조원)에서 2027년 4268억달러(약 53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북미 시장은 2027년까지 연평균 16.2%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의 주력 사업인 생활가전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고 원자재 가격 등락 등 외부 요인에도 취약하다”며 “안정적인 이익을 내려면 헬스케어 등 새로운 비즈니스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조 사장의 ‘집중과 선택’ 전략에 속도가 붙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계에 부딪힌 사업을 정리하고 제휴, 인수합병(M&A) 등으로 새로운 사업을 찾는 CSO 조직의 수장답게 비즈니스 모델의 구조조정 작업을 속도감 있게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LG전자는 지난해 초 스마트폰 사업, 올해 초 태양광 패널 사업을 정리했다. 적자 사업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마지막 남은 스마트폰 비즈니스인 차량용 스마트폰 무선충전사업도 중견 전자부품 제조업체인 비에이치에 넘기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조 사장이 식물재배기 틔운과 같은 신(新)가전과 자동차 부품, 헬스케어 등 빠르게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신사업으로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