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연 노조 "우주 관련 부처 밥그릇 싸움, 도 넘었다"

입력 2022-03-21 17:24
수정 2022-03-22 16:50

누리호(한국형발사체) 등 우주개발 전담 연구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노동조합이 "국무총리실 직속으로 국가 우주정책과 전략을 총괄하는 우주처를 설치해야 한다"고 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상대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항우연 노조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서 보듯 우주는 관찰과 탐험의 대상에서 산업과 상업 서비스 공간이자 군사 전략 공간으로 완전히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서비스, 맥사테크놀로지, 플래닛랩 등이 상업용 위성을 토대로 러시아 군 관련 정보를 우크라이나측에 실시간 제공하면서 '투명한 전쟁'의 시대가 열렸다는 것이다.

이들은 "우주 기술은 현대전과 미래전에서 지휘·통제, 통신, 감시·정찰, 정밀타격 능력의 필수 핵심 요소이자 지상·해양·공중 무기 체계를 연결해 합동전 군사력을 제공한다"며 "우주 기술은 이제 더 이상 연구개발(R&D)의 대상이 아니라 안보를 위해 갈 수 밖에 없는 숙명"이라고 강조했다.

항우연 노조는 "그러나 한국은 우주 관련 각 부처의 비전문성과 이기주의가 국익을 훼손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기상청, 해양수산부, 환경부, 외교부, 행정안전부 등이 우주 사업과 위성 소유권 등을 두고 각개약진하는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이들은 "가장 핵심적인 우주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와 국방부가 협업에 실패하고 있으며, 국방부 내부는 우주를 놓고 육·해·공군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며 "우주 기술을 개발할 조직과 거버넌스, 사업 계획, 민군 협력 방안, 국제 협력을 총괄하고 추진할 주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항우연 노조는 "앞으로 5년은 우주 시대를 위한 주춧돌을 놓는 시기로, 30년 이상 지속될 틀을 만들어야 한다"며 "특정 지역 또는 부처의 우주청이 아니라, 범부처를 총괄하면서 국가 전략을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는 민군 통합 우주처를 총리 직속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15-16세기 서구의 대항해 시대가 21세기 우주 대항해 시대로 재현되고 있다"며 "서구의 지배라는 역사를 되풀이할 수 없다. 윤석열 당선인은 정치적 계산이나 각 집단의 세력에 휩쓸리지 말고 우주로, 미래로 담대하게 나아가야 한다"고 성명서에 적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