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한때 배럴당 130달러에 육박했던 국제 유가가 1주일 만에 90달러대로 하락했다가 다시 100달러로 올라서는 등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유가 불확실성에 따라 선박유 및 항공사 유류할증료도 덩달아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해운·항공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원유 수입량의 70%를 차지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9일 배럴당 127.9달러를 기록한 지 6일 만에 99달러로 떨어졌다. 하지만 18일 다시 108달러대까지 올랐다. 국제 유가와 함께 선박유 가격도 최근 1년 새 두 배 이상 올랐다가 1주일 만에 20% 하락하는 등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t당 494달러였던 저유황유는 9일 1027.5달러까지 치솟았다가 1주일 만인 17일엔 810.5달러로 떨어졌다. 이후 하루 만에 다시 4%가량 올라 18일 842.5달러를 찍었다. 저유황유는 중유 중에서도 탄소 배출이 많은 황 함유량이 적어 선박에 정화장치(스크러버)를 설치하지 않은 해운사가 주로 사용한다.
스크러버 장착률이 높은 HMM 등 글로벌 주요 선사들이 쓰는 고유황유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3월 400달러 초반을 유지하던 고유황유는 이달 9일 724.5달러까지 치솟았다가 17일 614달러로 내려왔다. 컨테이너선사 운항원가에서 선박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25~30%에 달한다. 2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이상 초대형선이 평균 14~15노트 속도로 운항하면 하루에 120~150t가량의 선박유를 소모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유가 불확실성으로 경영 계획을 수립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선박 운항 속도를 조정하며 대응하는 방법 외엔 뾰족한 수단이 없다”고 했다.
항공사가 유가 변동에 따라 운임에 일정액을 추가 부과하는 유류할증료도 유례없는 널뛰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1~2단계 수준으로 유지되던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같은해 10월 3단계, 12월엔 8단계까지 뛰더니 올해 1~2월엔 다시 6단계로 내려왔다. 그러나 2월 16일부터 3월 15일까지의 유가를 바탕으로 산정한 다음달 유류할증료는 14단계로 올라갔다. 14단계는 2016년 7월 유류할증료에 거리비례구간제가 적용된 이후 가장 높은 단계다.
국내 항공사들이 수입해 쓰는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이 지난해 배럴당 60달러 수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120달러 이상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단계 상승에 따라 다음달부터 편도 기준 2만8600원에서 최대 21만1900원까지 유류할증료가 부과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해외 입국 규제 완화로 항공 수요가 부활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유류할증료가 수요 증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