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에 숨겨진 스릴러를 통해 전 세계 독자들을 숨죽이게 만들었던 호주 출신의 베스트셀러 작가 리안 모리아티가 신작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마시멜로·사진)로 돌아왔다. 이번엔 화목하고 완벽해 보이는 가족이 엄마의 실종을 계기로 긴장과 균열을 드러내는 이야기를 그렸다.
테니스 선수 출신으로 얼마 전까지 유명한 테니스 아카데미를 운영했던 스탠과 조이 델라니 부부는 결혼 50주년을 맞았다. 이들 부부의 네 자녀는 뛰어난 테니스 선수로 자라지는 못했지만 다들 큰 탈 없이 사회에 자리 잡고 살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엄마 조이가 사라진다. ‘잠적’하겠다는 문자 메시지만 남기고 휴대폰도 그대로 놔둔 채….
경찰은 실종 당일 부부싸움을 한 남편 스탠을 유력한 용의자로 조사한다. 자녀들은 엄마가 실종되기 전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각기 다른 추측과 의심을 시작한다. 작가는 사반나라는 낯선 여자가 집을 찾아왔던 6개월 전과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모리아티는 심리 묘사를 통해 인물들 사이의 묘한 긴장감을 드러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허즈번드 시크릿》은 우연히 다락방에서 발견한 편지를 통해 남편의 비밀을 알게 된 후 부부간에 펼쳐지는 긴장감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만든다.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에서도 외부와 단절된 휴양지에서 열흘 동안 같이 지내게 된 9명의 이방인 사이에서 고조되는 긴장감을 그렸다.
신작에서도 마찬가지다. 테니스라는 스포츠를 배경으로 50년 동안 함께 산 부부라도 결코 알 수 없는 진짜 속마음, 자식에 대한 부모의 기대와 실망, 같은 피를 나눈 형제·자매이기에 유독 더 크게 느껴지는 미묘한 질투와 경쟁 등 수십 년 동안 감춰진 상처가 엄마의 실종을 계기로 드러나며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제목은 ‘사과는 결코 사과나무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는다’라는 미국 속담에서 따왔다. 완벽하진 않지만 위기의 순간에 보듬어 주고 힘이 돼주는 것은 결국 가족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모리아티는 감각적인 문체, 짜임새 있는 구성, 매력적인 스토리로 세계에서 이름을 떨친 작가다.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은 니콜 키드먼과 리스 위더스푼 주연의 HBO 드라마로 만들어져 에미상, 골든글로브상을 받았다.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도 TV 드라마로 제작 중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