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주권 확보가 눈앞에 다가왔다. 국내 업체 중 가장 상용화 속도가 빠른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질병관리청과 백신 공급계약을 맺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으로 개발 중인 ‘GBP510’을 질병관리청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21일 발표했다. 공급 물량은 1000만 회분이다. 국산 코로나19 백신이 국내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최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 포함 6개국에서 GBP510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약 4050명 대상 투약을 마치고 결과를 분석 중이다. 개발에 성공하면 국내 공급되는 여섯 번째 코로나19 백신이 나온다.
GBP510은 노바백스 백신처럼 단백질 재조합 방식이다. 바이러스 항원과 유사한 모양으로 만든 단백질을 이용해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 독감·자궁경부암 백신 등에서도 쓰인 방식이어서 안전성이 높고 냉장 보관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효과를 높이기 위해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면역증강제 기술을 이 백신에 접목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 상반기 국내 판매 허가 신청을 낼 예정이다.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사용허가(EUA)도 상반기 획득이 목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영국 의약품 규제당국에도 승인을 위한 서류를 제출했다. 이 회사는 2020년 12월 국제기구인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의 차세대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젝트 ‘웨이브2’의 1호 개발 백신으로 선정돼 2억1370만달러(약 2450억원)를 개발비로 지원받았다.
첫 국산 코로나19 백신의 등장은 다른 국산 백신 개발사에도 청신호다. 코로나19 백신의 효능을 임상 3상에서 평가할 땐 기존 백신과 효능을 대조 평가하는 방식이 쓰인다. 하지만 기존 코로나19 백신이 방역용으로만 풀리다 보니 국산 백신 개발사들이 국내 임상 3상에 쓸 대조 백신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위탁생산을 맡았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비교 임상에 활용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이 회사는 GBP510을 대조 백신으로 공급해 2·3호 국산 백신 등장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