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과 관련해 "새 정부 출범까지 얼마 남지 않은 촉박한 시일 안에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보좌기구, 경호처 등을 이전하겠다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회의 결과로 "문 대통령도 과거 대선 때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공약한 바 있어서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린다는 뜻에 공감하고 있다"면서 이런 메시지를 밝혔다.
박 수석은 "한반도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어 어느 때보다 안보 역량의 결집이 필요한 정부 교체기에 준비되지 않은 국방부와 합참의 갑작스러운 이전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의 이전이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충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현 청와대를 중심으로 설정된 비행금지구역 등 대공방어 체계를 조정해야 하는 문제도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간에 쫓겨야 할 급박한 사정이 있지 않다면 국방부, 합참, 청와대 모두 더 준비된 가운데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 순리다"라면서 "정부는 당선인 측과 인수위에 이러한 우려를 전하고 필요한 협의를 충분히 거쳐 최종 입장을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무회의 예비비 편성 상정과 관련해 "충분한 협의를 거쳐 결정하게 될 것이라 내일 국무회의 상정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면서 "그러나 언제든지 협의가 잘 되면 임시국무회의를 바로 열어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과정은 아주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 정부 교체기에 안보가 가장 취약한 것이 역대의 대체적인 상황이었다"면서 "4월 중에는 북한의 연례적 행사가 예정되어 있고, 그 가운데 현재 올해 들어서만 열 번째 미사일 발사를 하는 등 북한의 미사일 발사 흐름이 지금 지속되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철희 정무수석과 장제원 비서실장 간 계속 소통 창구를 열어서 협의하고 있다"면서 "인수인계와는 별도로 안보 문제는 세밀하게 검토되고 해야 할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임기가 끝나는 마지막 날 밤 12시까지 국가 안보와 군 통수는 현 정부와 현 대통령의 내려놓을 수 없는 책무다"라며 "국방부와 합참, 관련기관 등은 마지막 순간까지 흔들림 없이 임무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윤 당선인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청와대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윤 당선인은 "현재 청와대는 본관과 비서동이 분리돼 있어 대통령과 참모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 이를 개선하고 원활한 소통과 업무의 효율을 제고하기 위함이었다"며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도 현재 청와대 공간이 가진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전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경호상의 문제 등으로 번번이 좌절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용산 국방부와 합참 구역은 국가 안보 지휘 시설 등이 구비돼 있어 청와대를 시민들께 완벽하게 돌려드릴 수 있고 경호 조치에 수반되는 시민들의 불편도 거의 없다"며 "연합사가 평택으로 이전해 공간의 여유가 생겨 국방부가 합참청사로 이전하는데 큰 제한은 없다. 같은 구내 이전이라 집무실 이전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윤 당선인은 "임기 시작이 50일 남은 시점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알고 있다"며 "그러나 일단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벗어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앞서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청와대 이전을 위한 496억원 규모 예비비 편성이 정부 협조로 22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예비비 편성 단계부터 현 정부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윤 당선인의 ‘취임 즉시 국방부 청사 입주’는 불투명해졌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