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값 폭등에 원가부담 초비상…2차전지 '원자재 동맹' 속도낸다

입력 2022-03-21 15:22
수정 2022-03-21 15:23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 기업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원자재 공급난 및 가격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주요 원자재 가격이 완성차 업체 납품가격에 연동돼 있어 당장의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배터리 기업들은 원자재 공급망 강화에 힘쓰는 한편 생산능력 확대와 미래 배터리 개발에도 한창이다. 특히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최근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2022 인터배터리’에서 미래 배터리 개발 일정을 알렸다. 니켈 가격 폭등 비상 최근 니켈을 필두로 전기차 배터리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배터리업계는 비상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니켈 가격은 지난 7일 기준 장중 사상 최대인 t당 5만5000달러까지 급등했다. 공식 가격은 t당 4만2995달러로, 전일 대비 44.3% 상승하며 하루 기준 사상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러시아의 공급망 차질 우려 탓이다. 러시아의 니켈 생산량은 2021년 기준 광산 3위(7.0%), 정제련 4위(4.3%)다.

삼원계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주력 생산하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원가 부담이 커지는 양상이다. 업체들은 니켈 등을 러시아가 아닌, 중국 등에서 수입하고 있어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면서도 가격 폭등 상황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원자재 업체들과 장기 공급계약을 비롯해 지분투자, 합작사 설립 등을 통해 안정적인 물량과 가격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합작공장 확대
업체들은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포드와 손잡은 SK온은 미국에 이어 터키에도 배터리 합작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최근 포드, 터키 제조기업 코치와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3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신규 배터리 공장은 터키 수도 앙카라 인근 지역에 건설될 예정이다. 이르면 2025년부터 연간 30~45GWh 규모로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생산된 배터리는 포드-코치 합작사가 생산하는 상용차에 주로 사용될 전망이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미국 합작공장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SDI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스텔란티스와 조인트벤처(JV) 계약 체결 마지막 단계”라며 “합작공장 부지도 조만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작공장 외 장기적으로 미국 내 자체 공장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고체 배터리 개발 속도
배터리 기업들은 차세대 배터리 로드맵을 공개하며 미래 먹거리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최초 4원계 배터리(NCMA)를 생산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인터배터리 전시회에서 2026년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 2027년 리튬황 배터리, 2030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로 이어지는 로드맵을 내놨다.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전고체 배터리는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를 동시에 높인 차세대 배터리다. 리튬황 배터리는 가벼운 소재를 사용해 무게를 줄인 경량화 배터리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비행체에 적합하다.

니켈 함량을 88%까지 높인 하이니켈 배터리 ‘젠5’를 양산 중인 삼성SDI는 2024년 젠6(니켈 91%), 2026년 젠7(니켈 94%)에 이어 2027년 전고체 배터리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최근 수원연구소 내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착공했다.

SK온은 이번 전시회에서 니켈 함량을 90%까지 높인 NCM9을 전면 배치해 기술력을 뽐냈다. 이 배터리는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에 장착된다. SK온은 2029년 세계 최초로 니켈 함량을 98%까지 높인 배터리를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전고체 배터리도 준비 중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