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당시 식품기획실 본부장이었던 이효율 풀무원 총괄 대표는 ‘생면’에 빠져 있었다. 상품 기획부터 마케팅은 물론 고객센터 업무까지 맡으며 우동, 냉면 등 신제품 개발에 몰두했다. 일본 면, 소스 공장을 돌아다니며 벤치마킹했다.
당시 국내 면 시장은 건면인 라면 위주였다. 풀무원은 건강한 간편식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생면 시장에 뛰어들었다. 두부 콩나물 등 원물 식품 중심의 제품군 다각화 필요성이 커질 때였다. 풀무원은 최첨단 생면 전문 공장 등에 대한 투자도 한발 앞서나갔다. ‘간편식의 절대 강자’인 CJ제일제당을 제치고 국내 생면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비결이다. 풀무원은 30년 생면 경쟁력을 앞세워 최근에는 미국 시장에서 매출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국내 생면 시장 개척자, 풀무원
풀무원의 생면 사업은 풀무원 1호 사원으로 입사해 대표에 오른 이효율 총괄 최고경영자(CEO)의 대표 작품으로 꼽힌다. 풀무원은 1994년 고속도로 휴게소의 우동, 만두업체로 유명했던 식품회사 털보네식품을 인수해 냉장 생면 사업을 시작했다.
두부, 콩나물, 계란 등 소재 중심의 풀무원 사업을 신선가공식품으로 확장하는 첨병이자 미래 먹거리로 생면 사업을 키웠다.
지난해엔 충북 음성군 대소면에 2만237㎡ 규모의 최첨단 생면 공장을 지었다. 국내에는 없는 수분 컨트롤, 초고압 설비 등 글로벌 간편식 선진국의 생면 제조설비를 도입하고, 풀무원의 30년 제면 기술 노하우를 접목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생면 제조의 가장 기초인 반죽부터 다시 설계했다”며 “수타 장인들의 노하우와 초고압 제면공법을 적용해 풀무원 생면의 핵심 경쟁력인 쫄깃한 면발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간편식 시장과 함께 생면 시장도 큰 폭으로 성장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연간 2400억원 수준으로 수년간 정체됐던 국내 생면 시장 규모는 2020년 2700억원, 지난해 3000억원으로 커졌다. 美서 6년 만에 매출 아홉 배풀무원은 국내 생면 시장을 2025~2026년 5000억원 규모로 키운다는 목표다. 포장 혁신을 통해 생면의 단점인 라면보다 복잡한 조리법과 짧은 유통기한을 개선할 계획이다.
예컨대 생면 짜장면은 면을 끓는 물에 익히고, 소스를 데운 후 면과 소스를 합쳐야 완성된다. 풀무원은 이 과정을 최소화해 ‘원터치 생면’을 선보였다. 최근엔 원터치 볶음면도 내놓으며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생면 유통기한을 기존 45일에서 180일로 늘리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풀무원의 생면 경쟁력은 미국 시장에서도 통했다. 저가형 건면 중심의 미국 아시안 누들 시장에 2015년 고급 생면을 선보여 6년 만에 매출이 아홉 배 이상 규모로 커졌다. 진출 첫해 500만달러(약 61억원)에 불과했던 풀무원의 아시안 누들 매출은 지난해 4700만달러(약 571억원)로 급증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미국 코스트코에서 짜장면, 데리야키 볶음우동 등이 큰 인기를 끌며 성장을 견인했다”며 “미국 시장 1위인 두부와 함께 미국 사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