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명품 신상' 글로벌 데뷔 무대

입력 2022-03-20 17:06
수정 2022-03-28 15:49

한국 시장이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테스트 베드’로 떠오르고 있다. 패션과 가방 위주였던 국내 상품군을 뷰티·주얼리, 리빙 순으로 넓히는 식이다. 전 세계에서 한국에 첫 번째로 제품을 출시하는 사례도 생겼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는 오는 25일 신규 운동화 라인 ‘파리 스니커즈’를 전 세계에서 한국에 가장 먼저 출시한다. 글로벌 출시일은 미정이다. 발렌시아가 관계자는 “파리 스니커즈는 브랜드가 비중을 두고 있는 라인으로, 본사에서 한국 시장의 성장세를 고려해 가장 먼저 출시할 국가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명품 발렌티노는 지난 15일 화장품 브랜드 ‘발렌티노 뷰티’를 국내에 론칭하고 서울 한남동에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발렌티노 뷰티는 발렌티노가 지난해 출시한 브랜드로 화장품과 향수를 판매한다. 디올은 지난달 디올 뷰티 온라인 부티크를 열었다.

‘아시아 1호 매장’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본점에 지난해 7월 개장한 스위스 명품시계 브랜드 IWC의 시계 테마 카페는 스위스에 이어 전 세계 2호점이다. 미국 럭셔리 브랜드 ‘존 바바토스’는 지난해 말 갤러리아백화점에 아시아 첫 매장을 열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은 이전에는 홍콩, 일본 도쿄 등지를 아시아 1호점으로 선호했다. 아시아 명품시장의 ‘큰손’인데다 이곳에서 검증된 상품이 한국과 중국에서 팔리는 테스트베드 역할도 했다. 하지만 이들 시장이 완숙기에 접어든 후 한국 시장이 부상하고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일본은 명품 시장이 오래된 만큼 중고 거래 시장도 커져 신제품 실적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한국은 코로나19 이후 명품 소비가 급성장하고 있고 신상품 수요가 많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품시장 규모는 141억6570만달러(약 17조원)로 미국, 중국 등에 이어 세계 7위다. 매년 20%씩 성장하는 온라인쇼핑시장은 글로벌 패션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한다. 대형 백화점의 명품 담당자는 “일본과 홍콩 명품시장의 생동감이 덜한 상황에서 한국이 아시아 지역 거점 국가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