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삿대질하는 선관위…지방선거 준비 '비상'

입력 2022-03-20 17:13
수정 2022-03-21 01:35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부실관리 사태 이후 2주 넘게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 등 선관위 고위직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도 갈수록 확산하는 모습이다. 오는 6월 지방선거 준비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선관위 내부 익명 게시판에 전국 시·도 선관위와 중앙선관위 소속 상임위원들을 비판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들 상임위원 15명은 지난 16일 노 위원장을 향해 대국민 사과와 거취 표명 등을 요구했다. 선관위 사무처를 총괄한 김세환 사무총장은 이날 사전투표 부실관리에 책임을 지겠다며 자진사퇴했다.

그러나 노 위원장은 다음날인 17일 “6·1 지방선거를 흔들림 없이 준비하겠다”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이어 선거 사무를 책임진 선거정책실장과 선거국장에 대해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

일부 직원은 선거 현장에 가장 밝은 고위직인 상임위원들의 뒤늦은 집단행동의 부적절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한 직원은 “당신들이야말로 선거가 산으로 가는데도 불구하고 함구하고 있다가 선거를 망친 자들이니 (사퇴한) 사무총장과 함께 전원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선관위 내부에서는 노 위원장의 거취와 관련해 입장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위원장 유임이 불가피하다는 쪽에서는 현재 선관위원 9명 중 2명이 공석이고 사무총장마저 사퇴한 상황이라는 점을 근거로 든다. 여기서 노 위원장마저 사퇴할 경우 당장 지방선거 준비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지방선거에서는 시·도지사, 구·시·군의 장, 지역구 시·도의원, 비례대표 시·도의원, 지역구 구·시·군의원, 비례대표 구·시·군의원 선거, 교육감 선거 등 7개 선거가 동시에 치러진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에 수십만 명씩 쏟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지방선거에서는 대선 사전투표 때보다 더 큰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사무총장에게 책임을 미루고 사퇴하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노 위원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노 위원장 사퇴 요구는 정치적 중립성을 흔드는 행위라며 반대하고 있다.

선관위는 21일 전체회의를 열어 사전투표 부실 관리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태스크포스(TF)를 꾸릴 예정이다. TF 총괄단장에는 조병현 선관위원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포항 출신인 조 위원은 2020년 9월 국민의힘이 추천해 여야 합의로 선관위원에 선임됐다. 선관위 내부에서는 조 위원이 국민의힘 추천 인사이고 대구·경북(TK) 출신인 만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과 사태 수습 문제를 잘 조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