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녹색) 열풍에 힘입어 지난해 미국에서 관련 기업들이 900억달러(약 109조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적을 내지 못하는 친환경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이제는 성과를 보여라”는 투자자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융정보업체 피치북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친환경 기업을 표방하는 비상장 스타트업 약 1200곳이 452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년(233억달러)의 두 배 수준이며 집계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미국 뉴욕증시 상장으로 친환경 기업들이 확보한 금액도 약 450억달러로 집계됐다.
전기자동차 기업 리비안은 약 140억달러를 공모하는 데 성공하며 지난해 나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던 기업들은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뉴욕증시에 입성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10년 가까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아왔던 친환경산업이 지난해 유례없이 넘쳐난 투자에 행복한 한 해를 보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미국 정부까지 나서서 지원했던 태양광 패널업체 솔린드라와 배터리업체 A123시스템이 각각 2011년과 2012년 파산하면서 친환경업계의 돈줄이 오랫동안 말라붙었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친환경 기업들은 투자자들과 각국 정부의 탄소중립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20년 말 이후 현재까지 미국 중소형주로 구성된 러셀2000 지수가 5% 정도 상승한 반면 ‘아이셰어즈 글로벌 클린에너지’ 상장지수펀드(ETF)는 25% 이상 하락했다. WSJ는 “실적에 비해 친환경 기업들의 가치가 과대평가됐다는 회의론이 일고 있고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며 “최근 들어 친환경 분야 투자가 지난해보다 소극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투자자도 회사가 약속했던 구체적 성과를 보이라고 압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