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모 소득 적을수록…男 보다 女 대학원 진학률 낮아"

입력 2022-03-20 11:49
수정 2022-03-20 16:28


가정의 소득 수준이 낮을 수록 여성의 대학원 진학률이 남성보다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일 김창환 캔자스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사회학회에 발표한 논문 ‘가족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대학원 진학 확률의 성별 격차’를 통해 이같은 결론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한국고용정보원의 대졸자직업이동경로조사(GOMS)를 이용해 4년제 대학과 교육대학 졸업자 11만1560명을 분석했다. 대학원 진학 기준은 ‘졸업 후 1년 이내 대학원 진학 경험 여부’를 기준으로 했다. 소득에 따라 대학원 진학률 차이나
논문에 따르면 2010~2018년 4년제 대학 졸업자 중 대학원에 진학한 경험이 있는 비율은 13.5%였다. 이중 남성은 14.7%, 여성은 12.2%로 남성이 여성보다 2.5%포인트 높았다.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가족 내에서 딸에게 더 높은 수준의 교육에 투자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높았다. 특히 소득 하층 출신 여성 대학 졸업자는 같은 배경의 남성보다 진학 확률이 떨어졌다. 소득 하위 10% 분위에서 남성의 대학원 진학 확률은 13.5%, 여성은 11.2%로 격차가 2.4%포인트 나는데 반해, 소득 상위 10% 이르면 남성 14.9%, 여성 13.8%로 격차가 1.1%로 줄어들었다.

논문은 “남녀 모두 가족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대학원 진학 확률에 영향을 끼치지만, 여성의 대학원 진학 확률은 남성보다 가족 배경의 계층 격차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학부 전공별로도 차이가 발생했다. 의약계열을 제외한 자연계열에서 성별 격차가 가장 컸다. 자연계열 남성은 30.1%가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여성은 23.9% 진학하는 데 그쳐 남성보다 6.2%포인트 낮았다.

인문계 대졸자 남성의 대학원 진학률은 16.1%, 여성은 12.3%로 3.8%포인트 차이가 났다. 공학계열은 성별 차이가 없었고, 사회계열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1.0%포인트 높았다.

김 교수는 논문을 통해 “사회계열에 비해 인문계열의 평균 소득이 낮고, 공학계열에 비해 자연계열의 평균 소득이 낮은 것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전공에서 전반적인 대학원 진학률이 높고 성별 격차가 큰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남 3구 고교 졸업자의 대학원 진학률 ‘최고’
대학원 진학에 있어 출신 고등학교의 위치도 변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 소재지별로 서울 소재 고등학교 졸업자의 대학원 진학률이 16.0%로 가장 높고, 호남 소재 고등학교 졸업자의 진학률이 12.0%로 가장 낮았다. 서울에서도 강남 3구 소재 고등학교 졸업자는 대학원 진학률 18.4%로 다른 서울지역보다 높았다.

부모의 교육 수준도 대학원 진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가 초대졸 이하일 때와 비교해서 부모가 대학원을 나왔을 때 자녀의 대학원 진학 확률이 2.5배 가까이 높았다. 특히 부친보단 모친의 학력이 대학원 진학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부친이 대학원을 나왔을 때는 그 자녀의 24.0%가, 모친이 대학원을 나왔을 때는 27.0%가 대학원에 갔다. 모친이 대학원을 나왔을 때는 남성과 여성의 대학원 진학 확률 차이가 0.5%포인트로 거의 차이나지 않았다. 모친이 대학만 나왔을 때 아들은 20.4%가 대학원에 가고, 딸은 15.9%가 진학해 4.5%포인트 차이나는 것과는 대비되는 결과다.
“가정형편 장학금 늘려야”
논문은 “이러한 성별 차이는 남녀의 성향 차이에 따른 개인적 선택의 결과일 수도 있고, 대학원 졸업 후 노동시장 성과의 성별 격차에 따른 구조적 제약의 결과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성별 격차를 ‘차별’로 직접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김창환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차별보다는 ‘구조적 제약’이라는 표현이 올바르다”며 “예를 들어 여성은 남성보다 가족중심적 사고를 하기 때문에 가정 형편이 어려우면 자발적으로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는 경향이 남성보다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소득과 성별로 인한 대학원 진학률 차이를 보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원에서 가정형편 장학금을 늘리거나, 여대생들에게 여성 지도교수나 여성 대학원생를 멘토로 연결시키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며 “여성이 여성 롤모델을 보고서 행동을 바꾸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