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결국 오르나"…7배 오른 원료 값에 커지는 '공포' [이유정의 부동산 디테일]

입력 2022-03-20 09:14
수정 2022-03-20 20:53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건축비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안전관련 비용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분양가상한제 개편도 예고돼 있어 분양가 역시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19일 건설산업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내 건설산업에 미칠 파급 효과 분석’ 보고서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건설공사 착공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했다. 국제유가가 급등한 여파로 전반적인 운송비와 원재료 가격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연탄 국제 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인 t당 400달러대로 급등했다. 2020년 평균 가격(60달러)의 6~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유연탄은 발전 및 시멘트 생산의 연료다. 전국에서 시멘트 공급 대란이 벌어지면서 다음달부터는 건설공사 자체가 중된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건산연 관계자는 “레미콘, 아스콘, 철근 순으로 비용 파급력이 커질 것”이라며 “건설 생산비용도 1.5~3.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사의 영업이익률이 2.5~5.0%인 점을 고려하면 수익의 3분의 1 이상에 영향을 받는 셈이다.

1월 시행한 중대재해법도 건설비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1월 삼표산업 양주 채석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고용노동부는 이 회사의 골재 채취작업에 대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 양주 채석장은 서울 도심권과 경기 북부지역 골재 수요의 약 20%를 감당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사고가 발생하는 사업장 마다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질 것”이라며 “사고 예방을 위해 추가로 투입되는 안전비용도 분양가 등에 녹아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공약으로 분양가 산정의 합리화를 내걸었다. 택비지를 포함해 공사과정에서 드는 비용이 분양가에 충분히 녹아들도록 해 공급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각종 비용 상승이 예정된 데다 분양가 합리화가 맞물려 분양가가 상당히 오를 가능성이 점쳐진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현재 시장에는 분양가가 오를 요인만 산재해 있다”며 “무주택자들은 분양가가 오르기 전에 적극적으로 청약을 시도해 보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장기적으로는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분양가상한제가 완화되면 분양가가 오를 가능성은 크지만 이로 인해 공급량이 늘어나게 된다”며 “장기적으로 공급증가에 따른 주택가격 안정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