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들어서도 친환경 에너지 전환 관련 산업과 디지털 관련 신산업에 대한 지원은 계속된다. 플랫폼 산업 규제는 불가피하나 원격의료 등 그동안 이뤄지지 않았던 다양한 방면의 규제 완화가 기대된다. 실효성 있는 규제 완화가 이뤄진다면 금융 부문에선 핀테크 업체들의 약진이 기대된다는 분석이 많다. 주택 관련 규제 완화는 건설업 등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신용평가와 법무법인 세종과 율촌 등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 공약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원자력 산업의 부활, 친환경·미래산업 각광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을 강화하는 정책은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새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자력 발전을 기저 발전원으로 채택할 계획이다. 한신평은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되며 소형모듈원전(SMR) 개발과 상용화를 비롯해 수소·재생에너지와 연동이 쉬운 원자력 산업 발전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대표적 수혜 기업인 두산중공업은 과거 신고리 5·6호 사례를 감안하면 연간 매출 2000억원 내외, 수 백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한신평은 추정했다. 다만 국내 태양광 산업은 단기적으로 위축될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 "탈원전·태양광 비리를 조사하고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언급했다.
새로운 디지털 통상질서에 대응해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 기반을 조성하고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지원 정책도 시행된다. 한신평은 "혁신과 성장에 무게를 두고 금융업 규제를 정비하고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공약에는 명확하게 언급되어 있지 않았으나 온라인 플랫폼사업자와 관련된 법·제도의 변경 가능성에도 주목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금융 부분 역시 규제 완화와 제도 개편을 통해 금융생태계의 디지털화가 가속되면서, 빅테크와 기존 금융권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디지털 헬스케어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원격의료가 전격 도입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새 정부는 개인 의료 데이터 및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관리(디지털 헬스케어 주상담의 제도 도입), 도서·산간 지역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확대를 추진한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스타트업 정책토크에서 "비대면의료 혜택을 국민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법무법인 세종은 "디지털 헬스케어 확대 정책 기조는 원격 의료의 활성화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원격 의료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 유출 문제와 대기업에 대한 의료 정보 집중화 등에 대한 정책적 논의가 촉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온라인 플랫폼 규제는 다소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법무법인 세종은 "(새 정부도)플랫폼 분야에서 발생하는 문제 해결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새로운 규제 틀의 구축은 시기와 정도의 문제"라며 "플랫폼 관련 규제 대상 사업자들은 스스로 불공정거래 소지를 없애는 한편, 관계자들의 불만 해소 및 자율적인 분쟁 해결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건설업과 부동산 개발업은 실적 개선 기대새 정부는 5년간 250만 가구 이상의 주택 공급 확대를 목표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완화한다. 분양가 상한제 역시 공공만 적용하는 방향으로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제도를 정비하고 주택 수요자들을 억눌러온 실수요자 대출 규제도 개편한다. 법무법인 율촌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완화는 법률(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이 필요해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어려움이 예상되나 부담금 부과 기준 금액 상향은 시행령을 개정하면 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재건축 안전진단 구조안정성 가중치 하향 등의 공약은 시행규칙이나 고시를 개정하는 방법으로 추진 가능한 공약"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주택 공급이 본격화되기 이전에 대출 규제 완화 등으로 인한 수요가 단기에 몰리면 집값이 급등할 수 있어 정부의 속도 조절이 중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대로 지역별로 수요 확대가 공급 증가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주택가격이 단기적으로 하락세를 나타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를 비롯해 다수의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한신평은 "주택 등의 인허가에서 착공까지 시차, 공공택지 확보나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마찰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실제 기업들의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시일이 소요될 수 있으나 결국 건설사들의 수주 및 매출 기반 확대로 연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