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한때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했던 국제유가가 일주일만에 다시 100달러 선으로 내려오며 20% 가량 폭락했다. 갈수록 커지는 불확실성에 유가에 민감한 항공·해운업계는 사업계획을 짜는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1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원유 수입량의 70%를 차지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17일 배럴당 100.86달러까 떨어졌다. 지난 9일 127.86달러를 찍은지 8일만에 21.2%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급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배럴당 85달러 선이었던 WTI 가격은 지난 9일 123달러를 넘기더니 지난 17일 다시 102달러대로 내려왔다.
국제유가가 출렁이면서 선박유 가격도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1년 사이 두 배 이상 올랐다가 일주일 만에 20%가량 빠졌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항을 기준으로 지난해 3월 19일 t당 494달러였던 저유황유는 지난 9일 1027.5달러까지 치솟더니 지난 17일 다시 810.50달러까지 떨어졌다. 저유황유는 중유 중에서도 황 함유량이 적어 선박에 정화장치(스크러버)를 설치하지 않은 해운사들이 많이 사용한다. 스크러버 장착률이 높은 HMM 등 글로벌 주요 선사들이 쓰는 고유황유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3월 400달러 초반을 유지하던 고유황유는 지난 9일 724.5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지난 17일 614달러까지 내려왔다.
컨테이너선사 운항원가에서 선박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25~30%에 달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앞으로 얼마나 오를지, 혹은 얼마나 더 떨어질지 가늠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불확실성이 커 당장 떨어졌다고 좋아하기만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계획 짤 때 비용문제를 놓고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항공사가 유가변동에 따라 부과하는 유류할증료도 유례없는 ‘널뛰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1~2단계 수준으로 유지되던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10월에 3단계, 12월에는 8단계까지 뛰더니 올해 1~2월엔 다시 6단계로 내려왔다. 2월 16일부터 3월 15일까지의 유가를 바탕으로 산정한 오는 4월 유류할증료는 14단계까지 올라갔다.
편도 기준 2만8600원에서 최대 21만1900원까지 부과된다. 앞으로 한달 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으로 유지된다면 오는 5월 유류할증료는 다시 9~10단계 정도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10단계의 경우 편도 기준 1만8000원에서 최대 13만8200원까지 부과된다.
업계에서는 유가가 최근 일주일간 급락한 배경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에 대한 기대감 △중국 선전시 전면 봉쇄 등이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세계 2위 산유국인만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안정되면 원유 공급 부족 우려를 잠재울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선전시가 전면봉쇄에 들어간 영향도 크다는 설명이다. ‘경제수도’인 상하이에서도 준봉쇄 수준까지 방역이 강화됐다. 중국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그만큼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하방 압력을 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