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해 9월 말부터 연말까지 4개 해외 기업에 263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부터 수소버스 렌털 기업까지 업종도 다양하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미래차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래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가 지난 16일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미국 ‘테키온’에 117억2200만원을 투자했다. 테키온은 인공지능(AI), 머신러닝 기술로 온라인 자동차 판매에 필요한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개발했다. 이 회사의 서비스를 활용하면 소비자는 온라인 결제부터 배송까지 한 번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고, 기업은 소비자 행동을 분석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
2016년 설립된 테키온의 기업 가치는 지난해 10억달러에서 최근엔 35억달러(약 4조2500억원)로 평가받고 있다. 주요 투자자인 제너럴모터스(GM)는 자사 온라인 사이트 개선을 위해 테키온과 협력하고 있다. 중고차 사업 진출을 선언한 현대차도 온라인 판매망을 고도화하고 고객이 원활하게 차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당 기술을 이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수소 관련 기업 두 곳도 투자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 열분해 수소생산 기술을 갖춘 에너지 솔루션 회사인 영국 ‘하이록’엔 지난해 12월 37억5700만원을 투자했다. 하이록은 플라즈마 공정을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대기오염물질인 탄화수소에서 청정수소를 뽑아내는 기술을 갖췄다. 중국 베이징의 수소연료전지 버스 렌털기업인 ‘수이무퉁다’엔 37억4000만원을 투자해 지분 10.2%를 확보했다. 현지에 수소버스 등 상용차를 사업화하고 관련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협력을 모색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미국 양자컴퓨터 회사 아이온큐에 70억9200만원을 투자했다. 2015년 설립된 이 회사는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히는 김정상 미국 듀크대 교수, 크리스 먼로 메릴랜드대 교수가 함께 창업했다. 현대차는 슈퍼컴퓨터보다 연산 속도가 수백만 배 빠른 양자컴퓨터로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비용·안전성을 개선하는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